간호사가 26일 미국 켄터키 루이스빌의 린 패밀리 스타디움에서 주사기에 코로나19 파이자 백신을 채우고 있다. 루이스빌/AFP 연합뉴스
미국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가 26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가루드 도버 부회장을 화상으로 만나,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을 잠정 중단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번 만남은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백신 보급 촉진하기 위해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주장을 유예하자는,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주장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타이 대표가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대표들을 만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풀이했다. 이달 초 타이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백신 등 의약품 접근권의 엄청난 격차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위기의 시기에는 업계에도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타이 대표는 이번 제약회사 대표와의 만남에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백신 생산과 보급의 심각한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발도상국들의 역할” 등을 포함해 세계무역기구의 회원국들과 함께 일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 무역대표부가 전했다.
앞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에 정식으로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Agreement on TRIPS)에서 일부 조항의 적용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으며, 세계무역기구는 이 문제를 이달 30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60명의 전직 국가원수, 100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도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백신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을 일시 유예할 것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촉구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에게 예방 접종을 해서 코로나19의 변종이 생길 가능성을 줄이는 게 미국에도 이득”이라며 “미국은 이런 도덕적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권의 유예 제안은 세계무역기구에서도 100여개 회원국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상공회의소와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제약업체들은 집단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업계는 “지식재산권 적용 중단이 백신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백신 보급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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