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람들이 24일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기 위해 서로 거리를 두고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타이베이/EPA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사 관련 장애(섭식 장애)가 늘어났다고 <에이피>(AP)가 23일 의학 전문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병원 80곳에서 얻는 전자 의료기록을 보면, 2020년 3월 이후 섭식 장애와 관련한 진료가 이전 두 해 동안의 진료보다 30% 늘어났다. 특히 지난 2월에만 12살부터 18살 사이의 여자아이들이 입원한 경우가 1718건에 달한다. 남자아이들은 특별히 눈에 띌 만한 증가가 없다. 이런 분석 결과는 <에픽 헬스 리서치 네트워크(EHRN) 저널> 4월호에 실렸다.
많은 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통제가 완화한 이후,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섭식 장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시카고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인 제니퍼 와일즈는 “코로나19 이후로 섭식 장애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과 진료나 약물 처방 같은 치료를 받기 위해 4~5개월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대체로 몇 주 기다리면 됐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와일즈가 진행하는 섭식 장애 프로그램에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00명 정도의 환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미네소타 대학과 연계된 섭식 장애 치료 프로그램인 에밀리 프로그램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2019년에는 매일 60차례 정도 왔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엔 130차례나 오고 있다고 이 곳의 식이요법 전문가 질리언 램퍼트가 말했다. 그는 “불안과 고독감이 먹는 문제와 관련한 장애의 전형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램퍼트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내 인생이 통제를 벗어났다고 느낀다”며 폭식에 의존해 상실감을 극복하려 하게 된다. 거꾸로 어떤 이들은 먹을 것을 엄격히 통제해 거식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장애에는 통상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취약하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동안 온라인 진료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온 ‘식사 장애를 고민하는 모임’은 지난 1월 이후 32개 나라의 7천명 이상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며 “이런 현상은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이 기구의 책임자 조해나 캔델이 말했다.
먹는 문제와 관련한 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9%가 고통을 겪는다. 미국의 ‘신경성 무식욕증(거식증)과 이와 관련된 장애 전국 연합’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 3천만명이 살아가는 동안 먹는 문제 장애를 겪으며 해마다 대략 1만명이 숨진다.
먹는 문제 장애의 대표적인 사례인 거식증은 비정상적인 저혈압과 신체 기관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과식증은 폭식 뒤 습관적으로 구토하는 경향이 있다. 종종 설사약을 과다 사용하거나, 무엇이든 먹었다 하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습관은 그 징조다.
가정의 전문가 데이브 리틀은 “코로나19는 사회에, 특히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심리적 도전이었다”며 “이것은 많은 사람의 삶을 여러 방식으로 혼란에 빠뜨린 큰 사건이었고 진정한 후유증은 몇 달 뒤 또는 몇 년 뒤에야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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