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해변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뒤 인근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서 27일 시민들이 실종자들의 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프사이드/AF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바닷가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닷새째에 접어들었지만 생존자 구조에 대한 희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참사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1명은 병원에서 숨졌고, 8명은 붕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이 가운데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실종자는 152명이다.
지난 24일 오전 아파트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현장에는 300명의 구조대원과 미군 공병대가 투입돼 24시간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관료들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참사 현장으로 데려가, 구조 작업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구조해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화재로 인한 독성 연기와 번개를 동반한 비는 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당국은 참사 현장에서 생존 및 구조 가능성을 높일 공간이나 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서프사이드의 찰스 버켓 시장은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구조)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자원이 아니라 운의 문제”라며 “지금 당장 우리는 좀더 행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모든 이를 구해낼 때까지 구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생존자 수색·구조 작업에서 현장 수습 작업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11 테러 등을 비롯해 건물 붕괴 구조 작업에 관여했던 전 로스앤젤레스소방대 출신 척 러델은 언제 수색·구조에서 수습으로 전환할지 결정하는 게 힘든 일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위험한 잔해 속에 구조대원을 잃을 위험도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전환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붕괴한 아파트의 옆동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은 안전한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무너진 서프사이드의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와 동일한 건설사에 의해 비슷한 시기(1982년)에 지어진 ‘자매 아파트’인 챔플레인 타워 노스에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짐을 싸서 임시 숙소를 찾아나섰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6일에도 전문가들이 방문해 점검했다며 “매우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식료품 등을 챙겨서 타워 노스를 빠져나온 4인 가족은 “안전 때문에 아파트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대피령을 의무화하지는 않겠다면서, 불안하다고 느껴서 자발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주민들을 당국에서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해변 건물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플로리다주의 자치단체들은 건물 안전점검에 나섰다. 마이애미시는 지은 지 40년 이상 된 6층 이상의 아파트들은 45일 안에 안전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보카 레이튼 등 여러 시들은 건물 인증 기준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시엔엔>(CNN)은 전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0월 구조공학 기업인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이번 사고가 난 타워 사우스 아파트에 관해 서프사이드 시 당국에 제출한 점검 보고서에서, 수영장 상판 아래 방수에 문제가 있어서 그 아래 콘크리트 슬래브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고 경고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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