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상황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임무가 8월31일까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철군을 올해 9·11 테러 20주년 이전까지 마치겠다고 지난 4월 선언한 그는 아프간에서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군대를 더 보낼 필요가 없다고 철군 결정을 거듭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철군 상황에 관한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우리의 임무는 8월31일 끝날 것”이라며 “우리 군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철군이 안전하고 질서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일 아프간 주둔 미군의 최대 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군 철수가 완료됐다고 밝혀, 사실상 철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현재 철군은 90% 완료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2001년 아프간에 들어갔던 이유는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알카에다의 미국 공격 능력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그 목표들을 달성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나는 다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합리적 예상 없이 아프간 전쟁에 한 세대의 미국인을 더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의 미래는 아프간이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에 국가 건설을 하러 간 게 아니다”라며 “아프간을 어떻게 운영할지, 아프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프간 사람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을 빼더라도 아프간 국민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관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여성의 안전을 돕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적 해결에도 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통역 등을 하면서 미군에 협력한 뒤 신변을 위협받고 있는 수천명을 다른 나라로 재배치하겠다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이들이 재배치될 지역으로 카타트, 아랍에미리트, 괌 등을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미군 철수로 인해 탈레반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개월 동안 탈레반은 아프간의 421개 지구 가운데 최소 150개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미국 안에서는 ‘얻은 것 없이 짐을 싼다’는 비판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 철군을 베트남전쟁 당시 1975년 사이공 함락 때 미 대사관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던 상황과 비교하는 기자 질문에 단호하게 맞받았다. 그는 “아프간 미국 대사관의 옥상에서 사람들이 헬기로 탈출하는 것을 보게될 상황은 없다. 전혀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지속된 미국의 ‘최장 전쟁’이다. 미국은 9·11 테러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그해 10월7일 영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아프간 전쟁을 개시했다. 미국은 20년 동안 2조2610억달러(약 2600조원)를 쓰고 약 2500명의 미군 전사자를 냈으나 탈레반을 제거하지 못했다. 지난 5월 퀴니피악 대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아프간 철군 결정에 찬성했고, 29%가 반대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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