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비트코인 폭락장 때 1시간 동안 거래를 멈춘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등 각국의 활동 제한 조처에 이어 이용자들의 소송까지, 바이낸스가 사면초가에 처한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현지시각) 전 세계 투자자 700여명이 바이낸스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프랑스의 변호사와 협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도 다른 투자자들이 바이낸스를 상대로 비슷한 요구를 했다. 이들은 유럽에 있는 바이낸스 사무실 11곳에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지난 5월19일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30% 폭락하는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는데, 이날 바이낸스 앱이 한 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이용자들은 이 시간 동안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특히 빚을 내서 암호화폐에 투자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매우 큰 손실을 봤다. 바이낸스는 최대 125대 1의 레버리지 선물 투자를 허용한다. 1달러의 증거금을 내면 125배인 125달러 상당의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해 증거금 이상의 손실이 나면 강제 청산을 당하게 된다.
예컨대 원금 10만원으로 1250만 원어치 암호화폐에 투자할 경우, 1%가 오르면 12만5천원으로 원금 이상의 수익을 얻지만 1%만 떨어져도 원금 이상의 손실이 나게 된다. 거래소는 이런 상황에 투자금을 강제 청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날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채널을 운영하는 한 유명 기자가 “대출 플랫폼을 쓰고 있는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30% 이상 떨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여유 있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청산 당했다”며 “결정적으로 청산 당하지 않기 위해 조처를 하려 했으나, 트랜잭션이 거의 스톱이 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낸스의 사후 대응도 실망스러웠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앱 정지 사태 직후 바이낸스의 임원 에런 공이 트위터에 ‘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할 것’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올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해당 트윗이 삭제됐다. 한 투자자는 보상요구 양식을 작성해 바이낸스에 보냈으나, 회사는 투자금 손실에 대한 면책 동의를 조건으로 ‘브아이아피 플랫폼’ 3개월 무료 사용을 제안했다고 한다.
특히 바이낸스는 특정 지역에 본사를 두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바이낸스 이용약관을 보면 보상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은 홍콩 국제중재센터에 분쟁 해결을 요청해야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다.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44)이 중국에서 설립한 바이낸스는 현재 각국의 규제 칼날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영국 금융감독청이 사전 동의 없이 자국에서 어떤 활동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고, 영국 대형은행 바클레이는 최근 바이낸스에 대한 모든 신용·직불카드 결제를 차단했다. 캐나다, 일본, 폴란드 등도 경고에 동참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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