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회담을 시작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연말까지 이라크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가 종료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각) 공식 선언했다. 현재 진행중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와 더불어, 대외정책의 초점을 중동에서 중국 등 다른 분야로 옮기려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연말이면 이라크에서 우리는 전투 임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훈련, 자문 등 이라크에 대한 미군의 지원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2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전투 임무 종료에 따라 미군 규모가 얼마로 변화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이라크에서 미군을 대폭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알카드히미 총리도 미군이 남아서 이라크 정부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미군이 전투 일선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데에 합의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는 미군 전투병력이 필요 없다. 우리는 정보 지원, 훈련, 역량 구축 및 자문이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전투 임무 종료 방침은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을 9·11 테러 20주년인 오는 9월11일까지 완전 철수하겠다(이후 8월말로 앞당김)고 밝힌 뒤 석달 만에 나왔다.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중동 수렁에 빠뜨린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를 종결하는 대통령이 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약 20년의 전쟁들에서 발을 빼고,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바라보는 중국과 사이버공격 등에 집중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라크 전쟁은 2003년 3월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를 없애겠다는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17만명까지 늘었다. 미국은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8월 이라크 전쟁 종전을 공식 선언했으나,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는 내전에 휩싸였다. 2014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 모술을 장악하자 미국 주도 연합군은 이에 대응해 이라크에 군대를 다시 투입했다. 이후 2019년 이슬람국가 지도자들이 체포되거나 제거된 이후 미군은 이라크 내 전투 임무보다 훈련·자문에 주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알카드미히 총리와 회담에서도 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지도자는) 미국이 순수한 자문 역할로 바꾸더라도 이슬람국가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라크) 지역사회가 테러를 극복해 품위있게 재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보 파트너십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이라크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재확인하고, 오는 10월로 예정된 이라크 총선을 적기에 안전하게 치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투 임무에서 손을 떼더라도 이라크에 잔류하는 미군은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 위협에 계속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있는 아프간에서도 탈레반이 세력을 키우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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