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 더위와 산불 사태로 기상 재앙이 벌어지는 그리스의 에비아 섬에서 주민들이 8일 산불 사태를 피해 대피하려고 배에 탑승하고 있다. <비비시>(BBC) 화면 갈무리
세계 최고의 기후 과학자들로 구성된 지구온난화 평가 기구가 7년마다 발표하는 보고서가 발표된다. 최근 몇달 동안의 홍수, 열파 더위 등 극단적 기후는 지구온난화의 전조일뿐이라는 급박하고 끔직한 경고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9일(현지시각)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유엔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를 위해 설립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지난 1988년 이후 7년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이 기구의 평가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소 방출량을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근간이 됐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지금까지 보고서에서 2020년대가 기후변화에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온 데 비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돼 극단적인 기후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맟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기후변화회의에 앞서 제출된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이나 개최가 연기된 이번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파리협정 이행 등을 점검하는데 이번 보고서를 활용한다.
이번 기후변화회의 의장으로 지명된 알록 샤르마 영국 하원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고, 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가 가장 결정적 순간이 돼야하는 이유”라며 “우리는 2년, 5년, 10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이고, 그런 말 이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대기과학자인 마이클 만은 이번 보고서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억제치인 섭씨 1.5도를 초과하기 전에 나오는 마지막 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이번 여름에 목격하는 증폭된 극단적 기후들인 가뭄, 열파 더위, 산불, 홍수, 대형 폭풍들을 야기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충격은 더이상 미묘하지 않고, 이런 전례없는 극단적 기후재앙 형태를 우리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달 동안 미국 산불, 북반구 열파 더위, 중국과 유럽 홍수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재앙들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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