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군용기가 16일 하노버 지역 공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다. 독일은 16일부터 아프간에 머무는 자국민 철수에 나설 예정이다. 하노버/A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이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탈레반 사령관들이 이날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혈 사태와 탈레반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고 말했다. 주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대사관 니키타 이센코 대변인은 가니 대통령 쪽이 “차 4대에 현금을 가득 채웠다”며 “(탈출용) 헬리콥터에 돈이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비행장에 두고 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어느 나라로 떠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자지라> 등 외신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정권 인수에 속도를 내자 각국 정부도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는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로 이날 성조기가 내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프간 정부가 붕괴한 직후인 15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완전 철수가 “매우 계획적인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만약 탈레반이 이를 방해하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잠정 이전하면서 인력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도 자국 외교관 혹은 일부 현지인 직원 대피 계획을 밝혔다. 한국 정부도 현지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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