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비행기에 매달리고…최소 7명 숨진 카불 공항 ‘마비 사태’

미군에 2명 사살당하는 등 7명 희생
이륙 항공기에 매달리는 등 대혼란
민간·군용기 운항 중단…한밤 정상화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16일(현지시각) 수도 카불 공항으로 몰려들어 비행기 위에 올라가거나 활주로에서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국을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이후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 수천명이 수도 카불 공항으로 몰리면서 공항이 16일(현지시각) 마비 상태에 빠졌다가 한밤에야 정상화됐다. 공항을 지키려는 미군이 무장한 사람 2명을 사살하는 등 적어도 7명이 희생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수천 명의 아프간 시민들이 이날 날이 밝기 전부터 나라를 탈출하려고 카불 공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많은 사람이 여객기에 오르기 위해 활주로로 몰려나오는 통에 공항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일부는 출발하려는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 합참 병참 담당 행크 테일러 소장은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운영이 이날 밤 11시께 재개됐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공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해병대 병력이 탑승한 수송기 한 대가 공항에 내렸으며 육군 병력을 실은 수송기도 곧 착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무장한 사람 2명을 공항에서 사살했으며 활주로가 정리될 때까지 민항기와 군용기의 이륙이 모두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피> 통신은 이날 밤 늦은 시간까지도 수백명의 인파가 공항에서 내보내려는 미군과 이를 막는 탈레반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혼란이 그치지 않자, 탈레반은 “아프간에 머물기로 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공항에 나온 터키 대사관 관계자는 “터키항공이 300명 이상의 사람을 태우고 출발하려고 하자, 사람들이 출발하는 항공기 앞으로 마구 몰려 나오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면 혼란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필사적인 탈출 시도의 슬픈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행 비행기 탑승권을 갖고 있다는 한 승객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통에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울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와중에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대혼란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도 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는 영상 등이 올라왔다. 어떻게든 여객기에 타려고,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절박한 모습도 보였다.

공항이 마비 상태에 빠지자 독일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카불 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우즈베키스칸 수도 타슈켄트로 방향을 돌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프간 항공 당국은 카불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등 여러 항공사들이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