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가 탈레반에 대해 인권 보호와 테러 방지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른/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역이 탈레반의 통제 아래 들어간 가운데 평화 보장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의 외교 압박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어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 등을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안보리는 성명을 내어 “아프간에서 테러와 싸우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탈레반을 비롯한 어떤 세력도 다른 나라에 대한 테러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사국들은 아프간 위기 극복을 위해 헌법 질서의 복원과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이 보장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어렵게 확보한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우리는 아프간 국민들을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유엔 인권기구 전문가들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한 작전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따라 행동할 것을 안보리에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잇따라 양자 통화를 하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왕 부장과 통화에서 안보 상황과 함께 미국인과 중국인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아프간의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 방지를 위해 러시아, 미국, 유럽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아프간 사태를 논의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프랑스와 유엔에서 결의안을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편, 잘마이 칼릴자드 특사가 이끄는 미국의 협상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대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쪽 인사들과 정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 정부는 탈레반이 해야 할 일로 인권 보호, 특히 여성 인권 보호와 아프간 및 주변 국가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도 17일 도하에서 탈레반 지도부와 만나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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