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카불 입성 직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공개한 영상에서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 카불을 장악하기 직전인 15일(현지시각) 이 나라를 떠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니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에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 외무부도 성명을 내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받아들였다고 확인했다.
앞서 일부 외신들은 그가 타지키스탄 또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가니 대통령은 “내가 카불에 계속 머물렀다면 유혈 사태를 보게 됐을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과 달리 아프간을 떠날 때 거액의 현금을 챙기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돈으로 가득 찬 차량과 함께 카불을 탈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도 기자회견을 열여 “가니가 도피할 당시 1억6900만달러(약 1940억원)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그바르 대사는 “그가 이 돈을 횡령한 것이며 그를 인터폴이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가 더 이상 아프간에서 역할을 하는 인사가 아니라고 일축해, 그가 향후 아프간 정국에 개입할 여지는 없을 전망이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니 대통령은 더이상 아프간 내 인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오늘 아침 그가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환영을 받았다는 발표를 봤다. 더 할 말은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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