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서 18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흔들며 탈레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잘랄라바드/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카불 공항이 대혼란을 겪은 것 외에는 표면적으로 고요하던 아프간 상황이 차츰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간 동북부 도시 잘랄라바드에서 18일(현지시각)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적어도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반면, <에이피>(AP) 통신은 사망자가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에이피>는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 기 대신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던 이들을 탈레반 대원들이 폭력적으로 해산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시위 사건은 탈레반 지도부가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와중에 발생했다.
<에이피>는 아프가니스탄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수십여명이 잘랄라바드 시내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 이후 공개된 영상을 보면, 탈레반 대원들이 하늘을 향해 총을 쏘는 한편 몽둥이를 휘둘러 사람들을 해산시켰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숨지고 적어도 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탈레반이 해외 여행에 필요한 서류를 소지한 사람들조차 카불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목격담들도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 목격자는 “탈레반이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면서 사람들을 밀어내고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 관계자는 대원들이 군중을 해산시키려고 하늘로 총을 발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도 카불의 보안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사관은 현재 아프간에 머무는 미국인들이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걸 보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탈레반의 검문소, 괴롭힘, 구타 등 모든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을 떠나려는 미국인들을 공항까지 안전하게 인도할 병력과 화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미군이 현재 카불 공항 안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작전 지역을 카불로 확대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현재 카불 공항에 4500여명의 군인 배치돼 국무부의 미국인 철수 작전을 돕고 있다며 “철수 작업이 우리가 기대한 만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필요하면 철수 시한인 8월31일 이후에도 현지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8월31일 이전에 우리가 작업을 마치려고 하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만약 (이때까지도) 미국 시민이 남아있다면, 그들을 모두 대피시키기 위해 우리도 현지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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