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대만 등 동맹은 아프가니스탄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동맹이 침략당하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에이비시>(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중국이 대만에 ‘봤지? 당신들 미국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하자 “중국이 그런 말을 왜 안 하겠냐”고 반응했다.
이어 “(아프간과) 대만, 한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그 섬(대만)이나 한국에서 내전에 기반한 합의가 아니라, 악당들이 그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노력하는 통합정부와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내전 상태인 데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에 대통령이 해외로 도망가버리는 아프간의 상황을 한국 등 미국의 동맹들과 비교할 게 못 된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에 대한 방어 약속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약속을 지켜왔다”며 “우리는 (나토 헌장) 5조에서 누군가 나토 동맹을 침략하거나 적대적 행위를 할 경우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는 신성한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똑같다”며 “(아프간 상황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헌장 5조는 한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자동으로 개입해 공동 방어를 한다는 내용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3조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재장악, 이에 따른 민간인 아프간 탈출 대혼란 등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 미국 국익에 맞지 않는 곳에 남아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미국이 동맹들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아프간과 한국·대만·유럽 동맹은 다르다’고 명확히 하면서 동맹국의 우려 잠재우기에 나선 셈이다. 아프간 사태 와중에 미국과 동맹의 틈을 파고 들려는 중국의 시도를 일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7일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반복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유럽은) 내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외부의 적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매우 오랜 시간 주둔해온 곳”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아프간에 주둔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