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독립기념일인 19일(현지시각)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국기를 든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독립기념일인 19일(현지시각) 아프간 곳곳에서 국기를 든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날 동부 도시 아사다바드에서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면서 몇 명이 사망했다고 한 목격자가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사망자들이 총에 맞았는지, 해산 과정에서 군중에 휩쓸려 넘어지면서 숨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불에서 벌어진 집회에서도 총격이 발생했다고 다른 목격자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수도 카불에서 시위대가 아프간 국기를 들고 “우리의 국기는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은 1919년 아프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내용의 협정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아프간 동부의 코스트주와 쿠나르주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으며 탈레반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해산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잘랄라바드 등 동부 지역에서 탈레반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적어도 7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는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탈레반에 대한 아프간 국민들의 저항을 상징한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아프간을 떠나려는 인파가 계속 카불 공항으로 몰리면서, 공항 주변의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탈레반에 따르면 공항 주변에서 12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탈레반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인은 물론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고 있다”며 공항 주변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날인 18일 잘랄라바드에서 처음 벌어졌던 시위가 곳곳으로 확산되자, 탈레반은 국민들에게 단결을 촉구했다. 탈레반은 또 모든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국민들이 아프간을 떠나지 말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은 시위가 벌어진 코스트주 등 일부 지역에서 통행 금지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한편, 탈레반이 장악하지 못한 일부 지역에서는 탈레반 반대 세력이 북부 동맹 이름 아래 모여 무장 투쟁을 전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북부 동맹은 2001년 미국이 탈레반을 축출할 때 구성돼 미국과 협력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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