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수도 카불의 공항으로 몰려들었다가 공항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이 공항 장벽 철조망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한 아기를 넘겨주고 있다. 카불/ 로이터 연합뉴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아프간 정부가 미군 철수 시한인 8월31일 직후 붕괴할 가능성을 지난달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현지시각)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프간 대사관 직원 23명이 서명해 지난달 13일 국무부의 비공개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반대 채널은 외교관들이 정책에 대해 보복 우려 없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들은 전문에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빠른 장악과 그에 따른 아프간군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으로 정한 8월31일 직후 수도 카불이 함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무부가 탈레반의 잔혹행위에 대해 더 강경한 언어를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아프간의 조력자들을 위한 특별이민비자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이들의 개인 정보 수집과 등록을 시작할 것도 건의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한 수송기가 늦어도 8월1일 이전에는 운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 전문을 받은 즉시 검토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전문을 받았을 때는 이미 비상계획이 진행되고 있었고, 블링컨 장관은 현지 대사관 직원들의 이같은 반응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 전문에 관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질문에 “블링컨 장관은 모든 반대 의견을 읽고 모든 응답을 검토한다”며 “그는 건설적인 내부 반대 의견을 소중하게 여긴다”고만 답했다.
이 전문은 최소한 한달 전부터 아프간 정부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미 정부 안에서 울렸다는 추가 증거다. 그러나 이 전문에 동참한 대사관 직원들도 카불 함락 시점 예상에서는 허를 찔렸다. 아프간 정부는 이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지난 15일 무너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프간 붕괴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인정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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