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에서 미군이 아프간인의 간절한 요청에 아기만 구조하는 모습. 제3자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인들이 철조망 너머 서방 군인에게 아기를 들어올리거나 던져 넘겨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 등은 소셜미디어에 19일(현지시각) 카불 공항 담장 밖에서 아프간 남성이 미군에게 아기를 넘기고 있는 모습의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담장 위에 철조망이 처져 있다. 아프간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팔을 뻗어 아기를 들어올리자, 미군이 받아서 철조망 안으로 옮겼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지난 15일과 이튿날인 16일 카불 공항에는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이들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다. 공항 경비를 맡은 미군이 총을 쏘며 활주로 안까지 들어온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공항 내 혼란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프간인들은 미군의 공항 경비가 강화되고, 카불 시내 곳곳에 탈레반 대원이 배치돼 공항으로 들어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수송기에서 군복을 덮고 잠든 아프간 아이. 로이터=연합뉴스
절박한 부모들이 철조망 너머를 향해 아기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임시로 철조망 바리케이드를 세워 불과 1m를 사이에 두고 영국군과 탈레반 대원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 뉴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국군 장교가 “여성들이 자기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며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철조망에 (아기가) 걸리기도 한다. 끔찍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군 관계자는 <인디펜던트>에 “던져진 아기 몇 명은 철조망 위에 떨어졌다”며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끔찍했다, 밤이 되자 모든 부대원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아프간 소녀가 공항 담을 기어오르고 있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카불 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떠나려는 인파가 계속 몰려들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탈레반에 따르면 공항 주변에서 12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탈레반 관계자는 “우리는 외국인은 물론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고 있다”며 공항 주변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