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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단 며칠새 치솟은 물가, 메마른 돈줄…아프간 시민들 ‘극한 생활고’

등록 2021-08-23 14:07수정 2021-08-23 14:15

생필품 며칠 사이 10~20% 급등
은행 폐쇄로 돈 찾을 수도 없어
송금 중단 등으로 외화도 부족
중하위 계층, 가장 큰 피해 예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등지의 주민들이 물가 급등과 생필품 부족으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카불의 노점상 모습. 카불/UPI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등지의 주민들이 물가 급등과 생필품 부족으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카불의 노점상 모습. 카불/UPI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물가 급증과 은행 영업 중단 등으로 카불 등지 시민들의 생활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 시내의 일상이 겉보기에는 큰 혼란이 없는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생활고가 깊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등의 긴급 철수 작업 와중에 국제 원조가 끊기면서 밀가루, 기름, 쌀 등 생활 필수품들의 값이 며칠 사이에 10~20%까지 급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게다가 은행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여서, 저축한 돈이 있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식료품 구입 비용과 집세를 감당할 길이 막혀 불안에 떠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생활고는 차츰 다른 도시 지역으로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복이 두려워 숨어 지내고 있는 한 경찰관은 260달러(약 30만원)의 월급이 끊기면서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먹여 살릴 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로이터>에 “모든 걸 다 잃어서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 안전이 우선인지, 아니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우선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혼란스러워했다. 이 경찰관은 많은 하급 공무원들이 이미 여러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자신은 두 달째 월급을 못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세를 밀린 지 벌써 세 달째”라고 덧붙였다.

현금이 바닥나고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이 경찰관 등 일부 사람들은 금반지 같은 패물을 팔아보려고 하고 있으나 금 거래조차 모두 끊겼다.

아프간의 경제 상황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기 몇달 전부터 빠르게 악화됐다. 정부군과 탈레반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미국 달러 등 외화가 부족해지고 현지 통화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다. 외화 부족에 따라 생필품 등의 수입도 어려워졌는데, 탈레반의 카불 장악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해 숨어 지내는 한 공무원은 “모든 (경제) 문제는 달러 상황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문을 연 식료품 가게들도 있지만 시장은 물건이 완전히 동이 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요 송금 서비스 업체 두곳이 아프간 송금을 중단하면서, 외화 부족 사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턴 유니언과 머니그램 인터내셔널 등 두 업체가 송금 서비스를 중단해 아프간의 중요한 외화 확보 수단인 외국 이주민의 송금이 막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은행들도 탈레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 방침 변화 여부를 기다리고 있어서, 아프간의 국제 금융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사이 국경이 최근 다시 열려 육로를 통한 물자 수송은 재개될 여지가 생겼지만, 항공 수송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민간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구호 물자를 들여올 길도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제난의 최대 피해 계층은 지난 20년동안 상대적으로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된 중하위 계층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아프간의 경제는 기존 탈레반 정부가 무너진 2001년부터 약 10년 동안 두자리 숫자의 성장을 지속했고, 이 덕분에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빠르게 향상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외국의 원조가 줄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에 빠졌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외국의 원조는 2009년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총생산의 42.9%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아프간 전역이 심각한 가뭄 피해까지 보고 있어, 상황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한 전직 공무원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신이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자포자기에 빠진 심경을 토로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아프간 인구의 90%가 하루 2달러(약 2300원) 이하로 생계를 하고 있으며, 미국의 원조가 끊긴 이후엔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들에 속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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