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통제소에서 26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이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을 돕고 있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에 대응해 27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날 폭탄 테러 직후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이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빌 어번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미군은 오늘 이슬람국가 호라산의 기획자에 대한 초지평선(over-the-horizon) 대테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무인기 공습은 아프간 낭가르하르주에서 이뤄졌다”며 “초기 징표들을 보면 우리는 목표물을 살해했다. 민간인 피해자는 없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미국이 목표로 삼은 호라산의 특정 인물을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는 얘기다. <시엔엔>(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공습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의 근거지로 알려져있다. 호라산은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로 출발했으며, 미국에 적대적일 뿐 아니라 아프간을 재집권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도 경쟁 관계다.
미국이 제거했다는 ‘목표물’의 구체적 신원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미 정부 관리는 이 인물이 아프간에서 또다른 공격을 기획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선제적 공습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우리는 이 테러리스트가 카불에서의 공격들을 기획하는 데 관여했다고 믿는다”고 말했으나 그렇게 결론내린 구체적 근거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이 인물을 카불 공항 폭탄 테러 이전부터 관찰해왔으며, 그가 민간인들과 떨어져 있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공습을 가했다고 미 관리는 말했다. 공습에는 공격용 무인기 ‘MQ-9 리퍼’가 사용됐다고 국방부 관리들은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이 이번 공습 외에도 호라산에 대해 추가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여명의 사망자를 낸 카불 공항 테러 직후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테러를 자행했다고 인정한 호라산에 대해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응징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호라산 지도부와 자산,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며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무력과 정밀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보복 공습 전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응징 발언에 대해 “그들(호라산)이 지구상에 더는 살길 원치 않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카불에서 또 다른 테러 공격 가능성이 있으며, 미군은 카불 공항에서 최대치의 보호 조처를 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사키 대변인은 전했다. 안보팀은 “이번 임무의 다음 며칠은 지금까지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인을 최우선으로 대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