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과 마틴 그리피스(오른쪽에서 둘째)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 겸 긴급구호조정관이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오른쪽이 탈레반의 2인자로 부상설이 제기된 압둘 가니 바라다르.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내부 갈등으로 총격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탈레반의 2인자가 실제로는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아프간 정부 구성이 늦어지면서, 내부 갈등설 등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모양새다.
탈레반 창업자이자 2인자로 알려진 압둘 가니 바라다르의 부상설이 처음 알려진 것은 5일 인도 언론을 통해서였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은 이날 3일 밤 수도 카불에서 바라다르 조직과 또 다른 내부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바라다르가 부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부상당한 바라다르가 치료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옮겨졌다고까지 보도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에서 가장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조직으로, 온건파로 알려진 바라다르와 이들은 탈레반에 반대하는 저항 세력의 근거지인 판지시르에 대한 대응 방법을 놓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탈레반은 바라다르의 부상 소식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고, 서구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6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바라다르가 수도 카불에서 유엔 관계자를 만난 사진이 공개됐다. 5일 찍힌 이 사진은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이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 겸 긴급구호조정관을 만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바라다르가 지난 주말 파키스탄 정보국(ISI) 국장인 파이즈 하미드와 회담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둘의 회담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미드가 지난 4일 카불에 도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4~5일께 만남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두 일정 모두 바라다르가 부상당했다는 3일 이후에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탈레반의 2인자 바라다르의 부상설은 ‘헛소문’이거나 경미한 부상이 부풀려져 전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3주 넘게 정부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내부 갈등설 등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6일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를 완전히 장악했다며 “새 정부 구성을 며칠 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6일 개학한 아프간 대학들은 교실 내에 커튼을 쳐서 남녀 학생을 구분한 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탈레반 당국은 최근 대학 교육과 관련해 여학생들의 교육을 허용하면서도 남녀 학생을 나눠 교육하고 여학생의 경우 눈만 노출되는 니캅을 입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실제 여학생들은 니캅이 아닌 얼굴이 드러나는 히잡을 쓴 채 교육을 받았다. 탈레반의 지침이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현장에서는 다른 지침이 하달된 것인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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