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폭발한 차량 근처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카불/신화 연합뉴스
지난달 말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폭탄 테러 사흘 뒤 행해진 미군의 드론(무인기) 공습이 ‘오폭’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9일 미군의 드론 공습 사건과 관련된 동영상과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아프간 운전자의 동료와 가족 등을 심층 취재해, 당시 사망한 이가 이슬람국가 소속의 테러리스트가 아닌 일반 아프간인이었고, 그의 차량에는 폭탄도 실려 있지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아프간에서 철군한 미군의 마지막 아프간 공습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잘못된 폭격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미 당국은 드론이 수시간 동안 차량을 추적했고, 차량에 폭탄이 실려 있었고 카불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알자지라>를 비롯한 현지 언론이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이 미군 발표와 달리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군 드론이 공격한 차량을 운전한 남성은 제마리 아흐마디로, 이슬람국가 관계자가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에서 2006년부터 일하던 전기 기술자였다.
그의 동료들은 아흐마디가 자신들을 엔이아이 소유 차량인 ‘코롤라 1996’에 태워 출근하고, 카불 시내 경찰서를 방문해 난민들에게 식량을 분배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내 엔이아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슬람국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아흐마디가 지난달 29일 오후 차를 몰고 그의 집 마당에 도착했을 때 미군의 드론 공격이 있었고, 그와 그의 가족 등 10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그의 세 자녀를 포함해 7명의 어린이, 청소년이 포함됐다.
미군 관계자들은 드론 공격이 있었을 때 차량 운전자의 신원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가 이슬람국가의 안가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고, 폭발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차에 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아흐마디와 동료들은 그의 가족에게 가져다주기 위해 차에 물통들을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군이 이 물통들을 폭발물로 오인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당국은 또 드론 공습 당시 2차 폭발이 있었다며, 차량에 폭발물이 실려 있었던 근거로 주장했지만, <뉴욕 타임스>는 2차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현장 사진과 영상을 검토한 결과, 무인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 상황들은 관찰되지만, 이후 2차 폭발로 인한 피해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흐마디는 미국 이주를 위해 난민 정착 신청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동생 에말은 <뉴욕 타임스>에 “그들은 모두 결백했다. 미군은 그가 이슬람국가라고 말하지만 그는 미국인들을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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