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이 돌았던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영상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가 2006년 9월 내놓은 영상 메시지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망설이 돌았던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영상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국제 테러리스트 단체 추적(SITE) 인텔리전스 그룹’은 알자와히리의 영상 메시지가 11일 공개된 것을 확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61분 분량의 영상에서 알자와히리는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이 결코 유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서지고 산산조각이 나서” 철수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알자와히리는 이밖에 지난 1월 시리아에서 알카에다가 러시아군 등을 상대로 전투를 벌인 것도 찬양했다.
이날 공개된 비디오는 알자와히리가 이미 숨졌다는 소문을 차단하고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비디오는 알카에다의 공식 미디어 담당 기구인 ‘아스사하브 미디어 재단’이 제작했다.
알자와히리의 영상이 공개됐지만, 그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국제 테러리스트 단체 추적 인텔리전스 그룹’의 리타 카츠 대표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알자와히리의 사망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며 그는 이번 영상에서 지난 1월 시리아 전투를 언급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언급하긴 했지만, 이는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이미 합의된 것이라고 카츠 대표는 덧붙였다. 알자와히리가 지난 8월말 미국의 철수를 확인하고 발언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카츠 대표는 “정보기관들이 알자와히리가 숨졌다는 걸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자와히리의 사망설은 몇 년마다 한번씩 돌곤 하는데, 전문가들은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이날 전했다. 이집트 출신인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를 이끌고 있다.
알카에다는 9·11 테러 이후 대표적인 이슬람 테러 조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슬람 국가’(IS)가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급부상한 이후, 두 조직은 경쟁 관계를 보이고 있다.
알카에다는 전세계 이슬람 과격 집단들을 연관 조직으로 거느리고 있지만, 핵심 조직원들은 아프간 중·남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엔은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아프간에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이 500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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