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대학생이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뭄바이/AFP 연합뉴스
한때 40만명 이상 발생해 ‘코로나19 지옥’으로 불렸던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가 27일(현지시각) 6개월 만에 1만명 대로 내려왔다. 봉쇄령을 유지하고 백신 접종률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보건 당국은 이날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8795명, 사망자는 179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보면, 하루 확진자 수로는 미국(18만5천명), 영국(3만7천명), 터키(2만7천명), 러시아(2만1천명) 등에 이어 세계 5위권이지만, 13억6천만명에 이르는 인구를 고려하면 큰 숫자로 보기 어렵다.
인도의 하루 확진자 수는 이날 3월9일(1만7921명) 이후 6개월 여 만에 처음 1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인도에선 3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급증해 4월4일 10만명을 넘었고, 5월6일 41만4188명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4월21일부터 5월15일까지 무려 25일 동안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인도 북부 갠지스 강가에서 열린 힌두교 목욕 축제 ‘쿰브멜라’에 순례객 수십만 명이 몰려들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강에서 목욕하는 장면과 급증하는 사망자를 처리하지 못해 주검을 방치하거나 강에 떠내려 보내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세계에 전해지기도 했다. 27일 현재 인도의 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369만명, 사망자 수 는 44만7천명에 이른다.
인도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초부터다. 인도 정부가 5월부터 2차 봉쇄에 나서면서 6월7일 확진자 수가 8만6498명으로 두 달여 만에 10만명 아래로 내려간 뒤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4월12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의 갠지스강 유역에서 힌두교 순례객들이 성스러운 강물로 죄를 씻어내는 쿰브멜라 축제를 맞아 강에 뛰어들어 목욕을 하고 있다. 우타라칸드/EPA 연합뉴스
한때 ‘코로나 지옥’으로 불렸던 인도가 늦게나마 안정을 찾은 것은 지속적인 봉쇄령과 백신 접종률 증가 덕분으로 보인다. 인도의 각 주 정부들은 초·중·고교의 휴교령을 최근까지 유지했고, 야간 통행금지도 지속하고 있다. 지역 축제도 개최를 못 하게 막거나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석 인원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률도 상당 수준으로 올라왔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인도에서 총 8억7070만 회분의 백신이 투여됐고, 접종 대상자의 66%가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았다. 23%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인도 정부는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수출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 인도는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백신 생산량이 많지만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지난 3월부터 백신 수출을 중단했다. 인도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값이 싸고 보관·유통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코비실드’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인도가 백신 수출을 재개하면 그동안 백신 확보에 애를 먹던 저소득 국가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1차례 이상 백신 접종을 한 인원은 44.7%에 이르지만, 저소득 국가의 경우 2.3%에 그치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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