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공동기자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글로벌 디지털세와 관련해, 정부 세수에 소폭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워싱턴에서 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세는 구글·애플 등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는 디지털세 초과이익 배분비율(필라1)은 25%, 글로벌 최저한세율(필라2)은 15%로 합의했다. 필라1은 거대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소재국에도 배분하는 것이다. 필라2는 거대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법인세 최저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해외에 과세를 배분해야 할 우리나라 기업은 1~2개 정도가 될 것 같다”며 “반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 대상은 규모가 크든 작든 약 80개 정도 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라1에서는 수천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필라2에서 수천억원의 세수 증가가 있을 걸로 판단한다”며 “필라1과 필라2를 결합하면 세수에 소폭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라1은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 요인이지만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플러스로 전환되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반면 필라2의 경우 다른 나라들의 법인세 상향 등 조정 작업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세수 흑자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세 외에도 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경제 전망과 평가, 저소득 국가 지원 문제가 다뤄졌다고 홍 부총리는 전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필요시 안정화 조처를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상황이) 우려했던 것만큼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면서도 “환율이 시장 수급에 의해서 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투기적 요인에 의해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면밀하게 환율 동향을 관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안정화 조처를 언제든지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조처를 실행할 계획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미 행정부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재고·판매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오는 18일 제1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기업의 자율성, 정부의 지원, 한-미 협력 등 세 가지를 고려하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미국 쪽 카운터파트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도 측면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