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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국발 요소수 부족사태, ‘희토류·사드’ 때와 다르지만 심상치않다

등록 2021-11-07 04:59수정 2021-11-08 02:30

[뉴스분석] 요소수 부족 사태 왜?

중 ‘의도적 보복’이었던 희토류·사드 때와 달리
석탄 수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주 원인
순수한 경제적 원인이기에 조기 해결 어려워
“중국 내 문제 개선 안되면 당분간 지속될 듯”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5일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주변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창원/연합뉴스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5일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주변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창원/연합뉴스

이름도 생소한 ‘요소수’ 부족 사태의 원인이 최근 중국이 취한 수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2010~2011년 대일 희토류 수출 중단, 2016~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 보복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잘 짚어보면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것이지만, 중국 내부 사정으로 인해 사태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요소수의 원료이자 농업용 비료로 쓰이는 ‘요소’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별도 검역·검사 없이 수출이 이뤄졌던 요소·칼륨비료·인산비료 등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반드시 검역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겨울 밀 재배를 앞둔 상황에서, 국제 비료와 요소 가격이 폭등하자 요소 등 비료의 안정적 확보에 나선 것이다. 중국 해관(세관)은 최근 대량 수출 뿐만 아니라 개인 판매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해외 직구까지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올 가을부터 본격화된 석탄 부족 사태 때문이다. 석탄은 요소의 생산 원료 중 하나인데 주요 석탄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와 갈등 등의 이유로 지난 9월부터 중국 내에서 심각한 수급난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석탄발전소의 가동율이 떨어지며 연쇄적으로 전력이 부족해졌다. 석탄에서 요소를 추출하려면 상당한 전력이 필요한데 석탄·전기가 동시에 부족해진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4일 10월 둘째 주 중국의 요소 생산 가동률은 67.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석탄 부족이 전력 생산을 줄이고, 두 가지 요인이 합쳐져 다시 요소 공급이 줄어드는 연쇄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해 2012년 9월 중국 중부 우한에서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 메이코전자 소속 중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인 거주지역을 보호하는 경찰에 맞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해 2012년 9월 중국 중부 우한에서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 메이코전자 소속 중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인 거주지역을 보호하는 경찰에 맞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쪽은 “중국 정부가 비료 수출을 억제하는 원인은 중국 내 비료 공급 부족에 따른 국내 가격 급등”이라며 “천연가스·유황·석탄 등 화학비료의 주요 생산 원료의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는 데다, 최근 전력난 속에 각 지방정부가 에너지 소비 통제에 나서면서 화학 비료 및 요소 생산이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의 정치적 판단으로 인한 지난 희토류·사드 사태와 달리 순수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문제의 조기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내서 사용하는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태가 장기화되는 게 불가피하다. 중국산 요소는 국내 요소 수입량의 3분의 2,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산업용 요소는 거의 전량인 97.6%를 차지한다. 코트라 자료를 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요소 생산·수출국으로 매년 약 500만t의 요소를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올해 1~9월 중국 요소 수출량 중 절반이 인도(47.5%), 14%가 한국으로 왔다.

정부는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용 요소는 차량용과 비교해 불순물이 많고 순도가 낮아 차량용으로 곧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중국의 수출 재개가 필요하지만 둘 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코트라는 “계절적 요인과 석탄 등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내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 내 공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출 제한 조치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준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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