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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요소 등 가격 급등…“비료 1톤이 쌀 1톤보다 비싸” 식량난 우려

등록 2021-11-08 15:33수정 2021-11-09 02:36

칼륨·인산 등 비료값 1년새 2배로 급등
내년 식량공급 부족 사태 올 가능성도
지난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워키컨의 대두 농장에서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워키건/EPA 연합뉴스
지난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워키컨의 대두 농장에서 수확이 진행되고 있다. 워키건/EPA 연합뉴스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세계적으로는 비료의 원료인 요소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식량 공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국제 에너지·농업·기상 데이터 업체 디티엔(DTN)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 국제 주요 비료 회사의 1톤(t)당 요소 평균 가격은 751달러로, 9월 마지막주 가격(620달러) 보다 21% 올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가격(358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고, 2012년 5월(770달러) 이후 9년 만의 최고 가격이다.

요소는 경유차 운용에 필요한 ‘요소수’의 원료로 쓰이지만, 이보다는 화학 비료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질소계 비료의 원료로 더 많이 쓰인다. 요소는 주로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암모니아를 활용해 만드는데,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요소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요소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자국 내 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제한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비료 가격 상승은 요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질소와 함께 비료의 3대 원료로 꼽히는 칼륨과 인산 역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디티엔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 칼륨 가격은 1톤당 731달러로, 한 달 전 647달러에 비해 12.9% 올랐다. 1년 전(332달러) 보다는 2.5배 가까이 치솟았다. 요소와 비슷한 가격 상승세다. 인산(DAP)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마지막주 기준 인산 가격은 1톤당 812달러로, 1년 전 448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다.

비료 가격 상승은 곧 비료 공급 감소를 뜻하는 것으로, <블룸버그> 등은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비료회사 시에프(CF)인더스트리즈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최소 2023년까지 국제적으로 강한 비료 수요가 이어지면서 비료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부족한 비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 전 세계의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농업에서 비료가 차지하는 역할은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질소계 비료가 없었다면 세계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화학 비료를 만들기 전인 100여년 전 세계 인구는 약 17억 명이었는데, 현재 세계 인구는 70억 명이 넘는다.

비료 부족 현상은 이미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인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은 커피 농부의 약 30%가 주문한 비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페루는 요소 수입이 최대 3개월 지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은, 농부들이 질소 비료가 많이 필요한 옥수수를 생산하는 대신 콩(대두)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카고 선물 시장에서는 옥수수 재배 면적 축소에 대한 우려로, 옥수수 선물 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10% 이상 급등했다. 쌀 주요 수출국인 타이(태국)에서는 쌀 생산에 타격이 예상된다. 타이 농업협회 회장은 “비료 1톤이 이제 쌀 1톤보다 더 비싸다”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세계 식량 가격은 비료 부족 현상 등을 반영해 오름세를 보인다. 지난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세계식량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3.0% 상승한 133.2포인트로 집계됐다. 세계식량가격 지수는 곡물·유지류 등 주요 식량의 국제가격을 지수화 한 것으로, 2014∼2016년 평균이 100포인트이다.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7월 이후 넉 달 연속 오르고 있으며, 2011년 7월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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