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1일(현지시각) 발생한 초강력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한 양초 공장의 모습. 이 공장에 있던 110명 가운데 약 70명이 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서부와 남부 지역에 초강력 토네이도가 덮쳐 최소 8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드문 토네이도가 발생한 게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밤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세 시간 이상 동안 켄터키, 일리노이, 아칸소, 테네시, 미주리 등 5개 주를 4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휩쓸었다. 토네이도가 할퀸 지역은 약 250마일(400㎞)에 이른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켄터키다. 켄터키 메이필드에서는 110명이 모여있던 양초 공장이 무너져 최소 7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앤디 배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생존자를 더 찾는다면 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켄터키주 역사에서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토네이도”라고 말했다.
일리노이에서는 아마존 창고 건물이 무너져 최소 6명이 숨졌다. 아칸소에서는 한 요양원에서 최소 한 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테네시에서는 3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주리에서도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5만명 이상이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사망자 등 피해 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를 입은 지역에 위로를 보내고 연방 정부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것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토네이도 중 하나일 것이다. 비극이다. 우리는 아직도 얼마나 많은 이들을 잃었는지, 전체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며 “주지사들에게 연방 정부는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켄터키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때에 켄터키를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토네이도는 주로 봄철에 발생하고 겨울철에는 빈도가 낮다. 기상관측 업체인 ‘웨더 채널’ 집계를 보면 1999~2018년 미국에서 토네이도는 봄(541회)·여름(381회)에 잦고, 가을(186회)과 겨울(117회)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12월 토네이도 중 기존까지 가장 큰 피해를 낸 것은 1953년 12월5일 미시시피에서 발생한 것으로, 38명이 숨졌다.
이 때문에 이번 토네이도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과학자들을 인용해 기후변화와 토네이도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불확실하지만, 높은 기온이 이런 재난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노던일리노이대학의 빅터 젠시니 기상학 교수는 “이번 같은 토네이도에 기후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히 말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12월 이상 고온과 라니냐(저수온 현상)가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지표면 가까운 곳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상공의 저온건조한 공기가 만나면 습기가 상승하면서 뇌우가 발생하는데 이게 토네이도의 ‘원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토네이도가 휩쓴 지역은 지난 10일 오후 기온이 겨울인데도 섭씨 21~26도에 이르러, 강력한 뇌우 생성의 조건이 됐다. 테네시 멤피스는 섭씨 26도(화씨 79도)로 103년 만에 최고 기온이었다.
다만 뇌우가 어떻게 토네이도로 발전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와 토네이도의 연관성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를 연구하는 돌파구연구소의 지크 하우스파더는 “강력한 토네이도 숫자가 지난 세기와 오늘날이 다르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토네이도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기후가 따뜻해지면 모든 게 더욱 극심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분명히 여기에 일부 영향이 있다”면서도 “정량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이 폭풍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은 현시점에서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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