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이후 술집 영업 금지 조처에 들어간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술집에서 20일(현지시각) 저녁 직원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더블린/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접종자도 감염시키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연말 모임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일관된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한 사람도 다시 감염될 여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또 연말의 각종 모임과 축제가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의료 체제에 대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모임 자제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수미아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 수석 과학자는 오미크론 감염 증상이 다른 변이에 비해 더 가볍다고 판단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며 “감염자가 증가하면 모든 의료 체계가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면역 반응 일부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도 이날 오미크론 감염증이 델타 변이 등에 비해 약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연구팀은 기존 변이 감염자 20만명과 오미크론 감염자 1만1329명을 비교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항체의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만, 면역 반응의 두번째 축을 이루는 ‘티(T)세포’가 심각한 증상 발현을 방지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건 대응 책임자 아브디 마하무드 박사는 “중화 항체가 감소하는 현상이 있지만, 거의 모든 잠정 분석 결과에서 티세포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일은 연말 파티를 제한하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나이트클럽 등을 폐쇄하고 사적 모임 인원도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이날 전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당장은 추가 방역 조처를 실시하지 않겠지만, 추가 조처의 가능성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이날부터 술집 등에 대해 오후 8시 이후 영업을 금지시켰고, 그리스는 연말에 백신 접종 증명서 확인을 위해 1만명의 경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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