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9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에서 바이러스 검사 대기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 이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역대 최고치를 새로 기록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가 동시에 유행하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보건기구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각) 온라인 언론 브리핑에서 “전파력이 더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와 동시에 번지면서 확진자가 ‘쓰나미’처럼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급증이 “탈진한 의료진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의료 체계를 붕괴 직전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세계가 내년 상반기 중 백신 접종률을 70%까지 끌어 올리도록 돕는 걸 ‘새해 결심’으로 삼자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 194개 회원국 가운데 92개국이 올 연말까지 인구의 40%에게 백신을 맞춘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프랑스·영국 등에 이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도 29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가 이날 26만5427명을 기록해 지난 1월11일의 기존 최고치(25만2천명)를 넘어섰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전했다. 별도로 확진자를 집계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자료로는 이날 하루 평균 확진자가 26만7305명으로,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다만, 병원 입원 환자는 6만명 수준으로 지난 1월의 절반 수준이라고 <에이피>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확진자 규모가 최근 며칠 잇따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확진자 증가세도 그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20만8099명으로, 전날 기록한 최고치(17만9807명)보다 2만8천여명 많았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하루 24시간 내내 1초마다 2명씩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고 있는 셈”이라며 “이런 상황은 아직까지 겪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도 이날 18만303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전날의 사상 최고치(12만9471명)를 훌쩍 넘겼다. <비비시>(BBC) 방송은 성탄절 휴가 기간에 보고가 지연됐던 북아일랜드 확진자 2만3천명이 추가되면서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영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13만675명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도 전날보다 25% 많은 9만8030명의 확진자가 새로 보고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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