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공안이 주현건에게 현상금 70만 위안을 내건 통지문. 웨이보 갈무리
10만 위안(1900만원) → 20만 위안(3800만원) → 50만 위안(9500만원) → 70만 위안(1억3300만원).
중국 공안은 지난해 10월18일 중국 지린성 지린 감옥을 탈출한 북한인 주현건(40)이 잡히지 않자 현상금을 70만 위안까지 높였다. 중국 공안이 외국 범죄자에게 내건 현상금으로는 최고라고 한다. 그는 탈옥 41일 만인 지난해 11월18일 붙잡혔다.
키 160㎝에 다부진 인상의 주현건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탈옥 당시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감옥 내 가건물을 가뿐히 올라가 지붕을 가볍게 뛰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끈 것이다. 그가 북한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소문과 40일 넘게 이어진 도주 과정 등이 합쳐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후베이신문> 보도를 보면, 발빠른 업자들은 최근 그가 잡히기 전 잠시 머물렀던 지린성 쏭화호 주변의 막사를 관광 상품화해 인터넷에서 20위안씩을 받으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주현건은 1982년 함경북도 경원군 용북1구에서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2000년 18살이 된 주현건은 북한군에 입대했다. 4년 만인 2004년 누나가 남한으로 탈북하면서, 그는 함북 신성군 용북탄광으로 옮겨져 노동개조를 받았다. 9년 동안 석탄을 캐던 주현건은 2013년 7월20일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했다.
여름의 두만강은 폭 250~1000m, 수심 4~11m, 유속 5㎧로 건너기가 쉽지 않다. 그가 정말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는지 증거는 없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도강, 탈옥 등 그의 대담한 행보를 바탕으로 특수부대 출신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9년 만의 탈북은 불과 사흘 만에 막을 내린다. 중국 국경 마을에서 절도와 강도를 거듭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그는 7월22일 새벽 3시 투먼시 한 가정에 들어가 휴대전화 1대와 운동화 한 켤레, 지갑 등을 훔쳤고, 오전 10시에는 같은 마을에서 창문을 부수고 집에 들어가 현금 1482위안과 설탕, 신분증 등을 훔쳤다. 낮 12시쯤에는 또 다른 집에 들어가 담배 6갑과 흰색 티셔츠, 검은색 반바지, 맥주 2캔 등을 훔쳤다.
세 번째 집을 나서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주현건은 그해 12월 국경밀입국죄, 강도죄, 절도죄로 기소됐고, 이듬해 3월 옌지시 인민법원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2024년 10월21일 출소 예정이었던 주현건은 성실한 수형 태도를 인정받아, 2017년 5월과 2020년 4월 각각 6개월과 8개월을 감형받아 2023년 8월21일 출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출소를 1년여 앞둔 지난해 10월18일 주현건은 돌연 탈옥했다. 지린교도소는 곧바로 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 이에게 10만 위안, 직접 검거한 경우 15만 위안의 포상금을 걸었고, 20일 넘게 잡히지 않자 11월9일 현상금을 20만 위안으로 높였다. 닷새 뒤인 14일에는 50만 위안으로, 16일에는 70만 위안까지 현상금을 올렸다. 그의 탈옥 사실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붙잡기 위한 고육책을 낸 것이다.
16일 지린시 쏭화호의 한 어민이 그를 본 것 같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기 시작해 28일 100명이 넘는 경찰관을 동원해 쏭화호 주변에서 그를 검거했다. 뒷산으로 도망가던 주현건은 경찰이 쏜 총에 다리를 맞고 체포됐다. 주현건이 숨어있던 판잣집에는 안경 3개와 면도기, 손전등, 망원경, 라면, 국수 등이 발견됐다.
모범적인 태도로 감형까지 받았던 그가 왜 출소 1년10개월이 남은 시점에 굳이 탈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가 형기를 마치더라도 북한으로 송환되어야 하므로 탈옥했을 것이라고 본다.
가족의 탈북으로 9년간 강제노동을 했던 주현건은 탈북 사흘 만에 붙잡혔고, 8년의 수형 생활 도중 탈옥했지만 다시 40여일 만에 붙잡혔다. 현재 중국에는 탈북자 수 만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선교단체 에바다 선교회는 지난해 7월 “단둥을 통해 신의주로 36명의 탈북자들이 북송됐다”며 300여명의 탈북자가 북송 대기 상태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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