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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국방부 “북 ICBM 신형 ‘화성-17’ 아냐…김정은 그림자 방향도 달라”

등록 2022-03-29 15:06수정 2022-03-29 15:45

국회 국방위에 “기존 화성-15”
“비행특성 다르고 엔진도 2개 뿐”
북한이 공개한 영상도 편집된 듯
미 WP도 “화성-15형 개조해 발사”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가운데)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가운데)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방부가 지난 24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은 북한이 주장하는 신형 ‘화성-17형’이 아니라 기존의 ‘화성-15형’이며, 이처럼 기만한 데에는 북한 내부용 목적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방부는 29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국방 현안보고’에서 “3월24일 발사체는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 아이시비엠보다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이 증가해 화성-17형처럼 보이나, 탐지된 비행특성을 정밀분석한 결과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은 정점고도 4475㎞, 비행거리 950㎞, 비행시간 53분이었다. 반면, 지난 24일 발사체는 정점고도 약 6200㎞ 이상, 비행거리 약 1080㎞로, 고각이 아닌 정상 발사시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판단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비행시간은 67분이라고 북한이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그러나 상승 가속도, 연소 시간, 단분리 시간 등의 비행특성을 분석해, 화성-15형에 무게를 뒀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신형인 화성-17형은 백두산 계열 엔진 4개의 묶음을 갖추고 있지만 24일 발사체는 화성-14형이나 15형과 같이 엔진이 2개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16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실패한 뒤 8일 만에 재발사했는데, 이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 관련 영상 또한 이전의 화면과 뒤섞은 것으로 군은 평가했다. 발사시간은 오후 2시33분으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그림자가 북동쪽을 향해야 하지만, 영상 속 김 위원장 그림자는 서쪽을 가리켜 오전 8~10시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날씨 또한 발사 당시 순안 지역은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으나,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영상은 이와 달리 청명한 모습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미국 쪽도 한국 쪽의 분석 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한다”며 “미국도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이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발사체가 2017년 마지막으로 시험한 기존의 화성-15형을 고도가 더 높고 더 길게 비행하도록 개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화성-15형을 쏴놓고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의도에 대해 국방부는 “대외적 측면보다는 대내적 고려 사항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6일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실패했는데,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을 재빨리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16일의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에서, 2017년 성공하여 신뢰도가 높은 화성-15형을 대신 발사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시험발사 이튿날인 25일, 김 위원장이 검정색 가족 점퍼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군 관계자들과 아이시비엠 발사를 자축하는 모습을 영화처럼 구성한 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대외적 의도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국·미국과 국제사회에 아이시비엠 능력이 고도화되었음을 강변해, 군사강국 지위 확보 및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한의 아이시비엠 시험발사 이후 공식적으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분석하고 있다”고 밝혀왔으나, 한-미가 “화성-15”이라는 공통적 결론에 이르자 이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북한의 추가 발사에 대비해 탄도탄 감시 레이더 등 감시전력을 증강 운용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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