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년이 25일(현지시각) 파르완주 바그람 지역에서 걸어가고 있다. ♣파르완/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국제 사회의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1년 사이 지원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빈곤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문제 담당 사무차장은 29일(현지시각)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빈곤에 빠진 아프간을 위해 일부 개발 원조를 재개해야 한다. 빈곤은 깊어지고 인구는 여전히 많아지고 있는데 사실상의 당국(탈레반)은 미래에 투자할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까지 아프간 예산의 약 80%는 국제사회 지원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이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아프간 지원을 중단하면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아프간 국민들의 삶은 위태로워졌다. 유엔은 아프간 인구 3900만명 가운데 절반 넘는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도움이 필요하고, 600만명 이상은 기근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피스 차장은 “10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며 “만약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 2월부터 수백만달러를 아프간 통화로 바꿔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못 내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준비금 역시 탈레반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결돼 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에 “아프간에서의 테러리즘을 우려하는 나라라면 탈레반이 자산에 조건 없이 접근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도주의 틀 안에서 아프간을 향한 지원 가능성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6월 아프간에서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비비시>(BBC)에 따르면 지진 후 미국과 중국은 각각 5500만달러, 750만달러의 지원을 발표했다.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진 아프간을 지원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집행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탈레반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피스는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선) 아프간의 사실상의 당국(탈레반)도 그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성 인도주의적 활동가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소녀들도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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