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내 관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자포리자/IAEA 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이 또다시 포격을 당하면서 원전과 국가 전력망을 연결하던 유일한 전력선이 5일(현지시각) 끊겼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원전의 사고 위험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이 원전에 대한 포격 여파로 발생한 화재 때문에 유일하게 작동하던 예비 전력선을 차단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원자력기구는 “전력선 자체는 손상되지 않았으며 화재가 진화되면 다시 전력망과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원자력기구는 이 원전 내 6기의 원자로 가운데 유일하게 가동 중인 6호기가 계속 가동되면서 원전의 안전 유지 등에 필요한 자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기구는 지난 1일부터 자포리자 원전 현장 조사를 벌였으며 6일 조사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현재 원전 현장에는 원자력기구의 전문가 2명이 상주하고 있다.
<에이피>는 원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원전이 외부 전력망과 차단·고립된 ‘섬 방식’으로 유지되는 듯 하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원전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는 “섬 방식은 원전 시설에 계속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아주 위태롭고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동 원자로를 계속 줄여왔으며 지난 1일에는 5호기가 포격 여파로 자동 차단되면서 6호기만 가동되고 있다. 3일에는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던 전력선이 모두 끊기면서 그 이후 지금까지 예비 전력선 하나에 의존해왔다.
에네르고아톰은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주변을 집중 포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전 주변 전투 때문에 손상된 전력선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가 “또다시 핵 재앙 직전에 왔다”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쪽은 우크라이나가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시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도발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남부 헤르손주,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도 전투가 계속 이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헤르손시 인근과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반격을 벌여 상당한 전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작전 참모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크라마토르스크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크라마토르스크는 도네츠크주 북부 전투 지역 내 핵심 도시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헤르손 등지에서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을 격퇴시켰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타스> 통신은 러시아가 헤르손 현지에 세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헤르손을 러시아와 통합하기 위한 주민 투표 실시 계획이 안전 문제 때문에 중단됐다고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