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부터 공공 장소에서 육류 광고를 금지하기로 한 네덜란드 중서부 도시 하를럼의 거리 풍경. 하를럼/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중서부의 중소 도시가 육류를 기후 위기 유발 물품으로 규정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2024년부터 공공 장소에서 육류 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서쪽의 인구 16만명 규모 도시 하를럼이 육류를 휴가용 항공기 이용, 화석연료,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와 함께 기후 위기를 유발하는 것들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은 이 도시를 오가는 버스, 버스 정류장, 공공 장소에 설치된 전광판 등에서 광고하는 것이 금지된다. 광고 금지 조처는 현재의 광고 계약이 끝나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육류 광고 금지를 발의한 녹색좌파당 소속 지히 클라제스 시의원은 애초 제안했을 때는 시 정부가 이런 정책을 세계 최초로 시행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엌에서 어떤 음식을 굽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고기를 계속 먹어도 그만이다”며 “물론 많은 이들은 이번 결정이 터무니없고 가르치려 드는 행위로 여기지만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조처는) 하나의 신호다. 전국적으로 채택한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며 “녹색좌파당 내 많은 집단이 이 정책을 좋은 아이디어로 여기고 자신들도 시도하려 한다”고 전했다.
시의회 내에서는 이번 조처를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정당 ‘트로츠 하를럼’의 산더르 판덴라트 대표는 “시 정부는 하를럼에서는 평소 자신의 모습대로 행동할 수 있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채소보다 고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치려 드는 무리’가 몰려와 당신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최신 연구 결과를 보면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가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축산물이 농산물보다 2배 많은 가스를 유발한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면 유럽인 1인당 육류 소비를 연 24㎏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 최대 육류 수출국인 네덜란드의 현재 1인당 소비량 75.8㎏보다 68% 적은 양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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