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은 파키스탄의 남부 신드주에서 주민들이 홍수를 피해 탈출하고 있다. 캄바르/AP 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한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8년이 역사상 가장 더웠으며 해수면 상승세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날 발표한 연례 기후 보고서에서 지난 8년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기록됐으며 올해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15℃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수면 상승 추세가 1990년대의 2배를 넘었다며 1990년대에는 해수면이 매년 2.1㎜씩 상승한 데 비해, 최근 10년에는 1년에 4.4㎜, 2020년 이후에는 1년에 5㎜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신 지구 기후 보고서는 기후 혼돈의 연대기와 같은 것”이라며 “우리는 지구가 보여주는 고통의 신호에 야심 차고 신뢰할 만한 기후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보고서에서 지난 8년의 상황이 기존 추세와 다른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기후 추세 가속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에이피>(AP) 통신에 “우리는 빙하가 녹는 걸 막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해수면 증가도 막지 못했다”며 “지금까지는 어떤 긍정적인 지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몇년 동안 지구 기온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하지 않은 건 몇년 연속으로 나타나고 있는 라니냐 현상(바다 밑 찬물이 상승하는 현상) 덕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라니냐 현상 이후에는 반대 현상인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게 되며 이는 기존의 온난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기상기구의 연례 보고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이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수 온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의 알프스산맥 빙하가 사상 최고 규모로 녹아내리면서 빙하의 깊이가 평균 4m 정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북극권의 주요 섬인 그린란드의 빙하도 26년 연속 줄었으며,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도 늦춰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남극의 빙하 규모는 장기 평균치보다 100만㎢가량 준 상태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인명 피해도 올해 전세계에서 급격하게 늘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여름 파키스탄을 강타한 홍수로 적어도 1700명이 희생되고 79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남부도 잇따른 열대성 폭풍 피해를 봤다. 또 지난 9월 하순에는 초대형 허리케인 ‘이언’이 카리브해의 쿠바와 미국 남부 플로리다를 강타하는 등 기상 이변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일이 너무나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올해는 기후 변화에 잘 대비된 지역들조차 극단적인 기후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대학의 기후 전문가 마셜 셰퍼드 교수는 “기후 과학자들이 수십년 동안 주장하던 일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으며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며 “기후 변화 영향을 미래 시제로 표현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이는 현재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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