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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임→단임제 개혁 카드 통했다…카자흐 대통령 재집권 유력

등록 2022-11-21 17:10수정 2022-11-21 17:38

20일 대선 토카예프 현 대통령 연임 유력
1월 반정부 시위 뒤 대통령 권한 축소 카드 내놔
카자흐스탄 수도 외곽에 위치한 카라오트칼 마을 한 학교에 설치된 650번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 수도 외곽에 위치한 카라오트칼 마을 한 학교에 설치된 650번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20일 오전, 두꺼운 털모자와 목도리로 무장한 카자흐스탄 시민들이 영하 6도의 늦가을 추위를 뚫고 투표소에 모여들었다. 수도 아스타나 중심가의 329번 투표소에서 만난 바틸리아(65)는 <한겨레>에 “이번 선거로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연료값 급등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던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20일 3년 만에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1월 대규모 시위로 큰 곤욕을 치렀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9) 대통령이 단임제 등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개혁 카드로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적 도전에 나선 것이다.

조기 대선을 불사한 모험은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21일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6명의 대선 후보 가운데 아마나트당 후보인 토카예프 대통령이 약 1200만명의 유권자 중 81.31%(투표율 69.4%)의 지지를 얻어 당선이 유력한 상태다. 최종 결과는 27일께 발표된다.

이번 대선에 나서며 토카예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에서 ‘7년 단임’으로 바꾸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재신임을 묻는 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2029년까지 재임한 뒤 더 이상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 28년간 장기 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 견주면,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축소한 것이다. 무흐타르 틸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정부 누리집에 “이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토카예프 대통령의 지난 3년간 재임 기간을 되돌아보고 그가 제시한 카자흐스탄의 비전을 지지하는지 고려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20일 아스타나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20일 아스타나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올해 1월 서부 유전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토카예프 대통령은 큰 위기에 빠졌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카자흐스탄 경제가 22년 만에 역성장하고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상한제를 폐지하자, 생필품인 연료 값이 급등한 것이다. 분노한 이들이 거리로 모이며 걷잡을 수 없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들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권력을 놓지 않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지위 박탈을 요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주축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의 도움으로 일단 시위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200여명이 숨졌다.

유혈 진압으로 사태를 진정시킨 토카예프 대통령은 6월부터 대규모 개혁을 단행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민족회의 의장직을 박탈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안을 내놓아 국민투표에서 77%의 찬성을 얻었다. 최저임금 인상안 등 복지 확대안도 발표했다. 9월엔 대통령 임기를 5년 중임제에서 7년 단임제로 바꾸는 조기 대선을 제안했다. ‘중앙아시아의 우크라이나’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1월 유혈 시위에 이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팎의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런 위기에 맞서 대통령 단임제란 카드로 국민의 신뢰 회복에 나선 셈이다.

물론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선거 당일 아스타나 외곽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34살 여성은 <한겨레>에 “토카예프 후보가 가장 잘 알려진 후보이며,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스·석유 노동자를 대변하는 아마나트 통상 노동조합 소속 메이람 카지켄 후보, 여성 인권운동가 출신 살타나트 투르신베코바 후보 등이 출마했지만, 무명의 정치인이다. 다만, 대통령 권력 축소 등 각종 개혁안을 내놓고 치러진 이번 대선은 30여년간 이어져온 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갖춰가려는 카자흐스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타나/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조기 대선이 치러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중심가에 위치한 329번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 중심가에 위치한 329번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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