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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정밀방역 한다며, 아파트 전체 가둬?”…베이징, 커지는 ‘봉쇄저항’

등록 2022-11-27 09:19수정 2022-11-27 09:47

[현장] 베이징 아파트 주민, 이례적 시위에 봉쇄 풀려
2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봉쇄를 풀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2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봉쇄를 풀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봉쇄 풀어라”, “국무원 지침 지켜라.” “문건 보여달라.”

26일 오전 한국 교민도 많이 사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몰려나와 ‘봉쇄를 풀라’고 소리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주민 대여섯 명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주민위원회 직원에게 “무슨 근거로 봉쇄를 했냐”, “상부 책임자를 데려와라”며 큰소리로 항의했다. 그 뒤에선 이들도 “봉쇄 풀어라”, “문건(근거) 보여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1시간 넘게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주민위원회는 결국 봉쇄 결정을 내린 지 10시간 만인 이날 정오께 봉쇄를 풀기로 결정했다. 20년 이상 중국에 거주한 한 한국 교민은 “베이징에서 봉쇄를 풀라는 시위가 발생한 것은, 과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봉쇄에 대한 불만이 정말 큰 것 같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1천세대 가까운 아파트 단지 전체가 봉쇄된 것은 이날 오전 1시께였다. 단지 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봉쇄 결정이 내려졌다. 사흘 동안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한다는 소식에 새벽 운동을 하러 나온 몇몇 주민이 당황해했다. 일부는 아파트 관리원에게 “문을 열라”고 항의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방에 불만이 쏟아졌다. 급기야 밖에 나가 항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주민들은 경찰을 불러 주민위원회가 법률을 어긴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나온 주민위원회 담당자에게 “국무원 지침을 지켜라”, “문건을 가져와라” 등의 주장을 쏟아낸 이유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내놓은 방역 완화 기조를 지역 단위 현장에서 근거 없이 어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2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봉쇄를 풀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26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봉쇄를 풀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한 달 전이라면 주민들은 단지 봉쇄를 선선히 받아들였을 테지만, 이번은 달랐다. 중국 국무원은 11일 봉쇄 완화 기조를 담은 20가지 조처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아파트 단지 전체’ 봉쇄를 지양하고 ‘동 단위’ 봉쇄 등 정밀 방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했는데, 이제는 확진자가 사는 동이나 엘리베이터를 함께 쓰는 라인만 한정해 봉쇄하라는 것이었다. 국무원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장인 중국공산당 상무위원회가 이 조처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중국 방역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비슷한 시위가 베이징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발생했다. 베이징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으면서 각 지역 단위에서 방역 강도를 높이자, 주민들이 저항한 것이다.

지난 24일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성도인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망 사고도 방역 정책에 대한 중국 주민들의 불만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석달 넘은 봉쇄가 진행되는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아파트 봉쇄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 신속한 화재 진압을 방해했다는 주장 등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우루무치 시민들이 시 정부 앞에 모여 “봉쇄를 풀어라”고 외치며 시위하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우루무치 당국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아파트 단지는 봉쇄되지 않았다”며 봉쇄와 화재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광둥성 광저우와 허난성 정저우, 티베트 등 장기 봉쇄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당국의 봉쇄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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