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봉쇄된 주택가에 방역 요원이 앉아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전세계가 중국의 코로나19 동향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것은 내년 이후 중국의 방역 상황이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미-중 간의 치열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인 반도체 등 일부 첨단 기술 제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대부분의 산업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떠맡고 있다. 중국의 방역 상황이 세계 전체가 주시해야 할 매우 큰 ‘리스크’(위험 요인)로 떠오른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3일 중국 경제에 대한 분석 기사에서 “내년 세계 경제의 반등 강도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전략에서 실행 가능한 출구를 찾는 것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경제를 억누르는 제로 코로나(고강도 방역) 정책을 언제 중단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회복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신문은 중국이 2023년 2분기까지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이 이후 느린 속도로 방역 정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보는 것은 과장된 의견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로, 세계 1위 미국(23~24%)의 8할 수준으로 다가갔다. 중국의 수출·수입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1%로, 2위인 미국(7.9%)의 두배에 가깝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기준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20여개국에 이른다. 중국의 경제 성적표가 세계 경제 성적과 곧바로 연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때 4조위안(744조원)의 막대한 부양책을 펴 위기에 처한 세계 경제의 쿠션 구실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불러온 이번 경제위기에선 믿음직한 ‘버팀목’ 노릇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미국의 금융시스템에서 시작된 2008년 위기 땐 중국의 실물 경제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이번엔 3년째 이어지는 봉쇄 정책으로 말미암아 내부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또 ‘세계의 공장’ 또는 ‘부품 기지’ 역할을 해온 중국의 생산 시설이 봉쇄로 인해 가동을 멈추면서, 부품을 제때 조달받지 못한 글로벌 기업들의 조업이 동시에 중단되는 사태가 여러차례 이어졌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올 3월 내건 경제 성장 목표치인 ‘5.5% 안팎’에 턱없이 못 미치는 3%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3~6월 상하이를 중심으로 진행된 코로나19 확산과 최근 베이징·광저우·충칭·신장웨이우얼(위구르) 등 전역으로 확산 중인 2차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중국 경제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떠오른 것은 코로나19 방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3일 누리집에 공개한 중국 경제 관련 보고에서 “현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내년 하반기에 점진적이고 안전하게 해제된다는 전제 아래 중국의 성장률은 2023년 4.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 정부는 “향후 코로나19 전략의 재조정을 잘 준비해야 하며,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고 보호 수준을 높이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중국의 경제가 4%대 성장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코로나19 방역 상황의 ‘연착륙’을 꼽은 것이다.
그로 인해 대중 수출을 버팀목 삼아 성장해온 한국도 큰 고민을 떠안게 됐다.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며, 한국의 지난 10월 대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7%나 줄어든 121억5600만달러에 머물렀다. 벌써 6개월째 감소 추세다. 한국이 어찌해볼 수 없는 중국의 방역 상황이 내년 이후 한국 경제의 운명을 쥐게 된 셈이다.
물론,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코로나19를 극복하면, 경제도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 성장률이 1~3%로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은 한해 6~8%씩 성장하며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했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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