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주유소에 걸린 엑손모빌 로고.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은 엑손모빌이 지난해 557억달러(약 68조7천억원)라는 기록적인 연간 순이익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실적이 발표된 기업 가운데 엑손모빌을 뛰어넘는 곳은 기술 대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이에 더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정도가 엑손모빌보다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엑손모빌의 실적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덕분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 엑손모빌은 220억달러의 순손실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도 부진했다. 당시 관련 기업들은 장비를 놀리고 지출을 줄여야 했고, 일부 셰일 업체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에너지 업계의 호황에 대해 “2년 동안 사실상 죽은 상태였던 산업에 획기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매체가 인용한 다우존스 자료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주가는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경쟁력 있는 저배출 대안이 부족한 한, 전 세계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계속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고 생산 비용을 통제해 순이익률이 2012년 10%에서 지난해 14%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 호황은 정치권의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엑손모빌은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고, 정치권에서도 석유회사가 주주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와 전쟁을 벌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기업이 이익을 위해 생산량을 줄였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엑손모빌의 실적에 “백악관이 분노를 표했다”며 “이들의 규모가 석유 산업에 대한 새로운 비판을 불렀고, 많은 나라에서 이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단 요구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업계는 많은 이익을 거둔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세금 부과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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