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나와 아자즈 그리고 자르다나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아이들을 구조대가 구출하고 있다. 이날 새벽 4시께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부근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시리아 북부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째 이어지는 내전으로 인해 400만명의 피난민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현지 구호단체는 ‘구조 기간만이라도 내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다나·아자즈·자르다나/AFP 로이터 연합뉴스
“요람에 누운 아기처럼 적어도 세번 강하게 흔들렸다. 40년 동안 이런 건 느껴본 적이 없다.”
6일 새벽 규모 7.8의 치명적인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가지안테프 주민 에르뎀은 <로이터> 통신에 지진이 발생하던 순간의 충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에르뎀은 “날이 너무 어두워서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었다”며 “모두 건물에서 벗어나 넓은 공간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지안테프는 200만명이 넘는 인구를 거느린 튀르키예에서 여섯번째로 큰 도시다.
이날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적어도 2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깔린 이들이 많고, 구조가 막 시작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24분에는 가지안테프 북동쪽 카흐라만마라시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여진도 계속됐다.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 지진으로 인해 주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남자들은 절박하게 소리를 지르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고, 무너진 건물의 창문을 통해 안에 갇힌 이들을 빼내는 광경도 확인할 수 있다. 주위가 캄캄한 가운데 외투를 입은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영상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패닉에 빠진 주민들이 추운 겨울밤에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비교적 지진이 잦은 튀르키예에서도 이번 규모는 1939년 12월 이후 무려 83년여 만에 가장 큰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튀르키예 북동부 에르진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무려 3만명이 넘는 이들이 숨졌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웃한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했다. 또 레바논·키프로스·그리스·이스라엘 등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민 사메르는 “집에 걸려 있던 그림이 떨어졌고 두려움에 떨며 일어났다”며 “(대피하기 위해) 옷을 다 갖춰 입고 문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다마스쿠스는 물론 레바논 베이루트, 트리폴리 등지에서도 주민들이 도로로 달려 나와 건물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차를 타고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6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에서 시민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이들리브/AP 연합뉴스
6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의 한 병원에서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튀르키예는 이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4단계 경계 태세를 선포했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만 1000명이 넘는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가 현장으로 파견됐다. 서둘러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콘크리트와 철근 등이 얽힌 건물 잔해 가운데서 절박하게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지원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큰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부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10년 넘게 계속되는 내전으로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반군의 거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현지 구조대원들의 초기 영상을 보면 시리아의 제2도시인 알레포와 함께 반군의 주요 거점 지역으로 꼽히는 북부 이들리브 지역이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병원들은 부상자 등으로 이미 가득 찬 상태라고 <에이피>는 전했다.
6일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일대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졌다. 튀르키예국영 통신 <아나돌루> 트위터 갈무리
시리아에서 구조 활동 등을 벌이는 비정부기구 시민방위대(SCD)는 이날 북서부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내전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모든 지역당국, 시민군, 인도주의 단체들에 힘을 모으고 자원을 공유하며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제공하기를 요구한다”며 “국제사회도 민간인 구조를 지원하고 아사드 정권과 동맹 러시아를 압박해 피해 지역에 폭격이 없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습에 필요한 모든 조처를 주문했다.
조해영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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