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새 안보구상 구체화…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항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내용 발표

21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친강 외교부장이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개념 문건’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대안적인 글로벌 안보 질서인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의 내용을 발표했다. 세 번째 임기를 맞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외 안보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21일 중국 외교부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 개념 문건’을 발표하고 이를 설명하는 포럼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4월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시 주석이 처음 공개한 안보 개념으로, 중국의 국제 안보 구상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등 137곳의 대사, 외교관,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문건 설명에 나선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안보 개념이 무엇인지, 전 세계 국가들이 공동 안보를 달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 시대의 주요 화두가 됐다”며 “이 문건이 세계와 갈등 지역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안전한 국제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중국의 안전 없이는 세계의 안전도 없다”고 주장했다.

친 부장은 이어 “현재 8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환영하고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가입하고 세계 평화와 발전을 지원하는 모든 국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열린 중국-아랍 정상회의에서 아랍 국가들은 시 주석과 만나 중국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건은 글로벌 안보에 대한 6가지 원칙과 20개의 구체적인 협력 방향을 담았다. 사실상 중국이 국제 안보와 관련해 그동안 주장해 온 내용이 되풀이됐다. 6가지 원칙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존중하고,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 등이 국제관계의 근본이며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냉전적 사고와 일방주의, 패권주의는 배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가지 주요 방향은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현지 국가끼리 체결한 기존의 안보 관련 합의 틀이 지켜져야 하며, 전 세계가 당면한 식량,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방역, 우주 안보, 대테러 등의 문제에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중국은 이날 내놓은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국가 간 정기 회의나 협의체를 꾸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친 부장은 “중국은 적절한 때에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고위급 활동을 개최해 각국과 공동으로 안보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문건 내용은 지난 수년 동안 중국 외교 정책의 일부였던 원칙을 재탕한 것이지만, 정기 회의와 정부 협의를 추진하는 것은 새로운 발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유엔연구센터 장구이홍 교수는 “중국은 서방이 만든 뮌헨 안보회의와 같은 자체 회의를 갖고 싶어한다”라며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국가의 외무장관, 국방장관, 내무장관 등이 모이는 정기적인 회의를 조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21년부터 세계 빈곤을 완화하고 개발도상국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를 내놓고 운영 중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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