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도 방가로르에서 한 이란 여학생이 방독면을 쓰고 손팻말을 들고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이란 정부의 묵인으로 독가스 테러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히잡 반대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히잡 착용 단속을 잘 하지 않았던 이란 정부가 다시 강경 단속을 예고했다.
골람 호세인 모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 수장은 6일 “이슬람 공화국의 의복 지침을 어긴 여성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히잡 미착용은 이슬람 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며 “그런 비정상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처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법부와 행정부의 도움을 받아, 적과 협력하고 공공질서를 해치는 죄를 범하는 사람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지난해 9월 13일 22살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도덕 경찰)에게 체포됐고, 사흘 뒤인 9월16일 숨졌다. 아미니 의문사 뒤 이란 전역에서 히잡 반대 운동 그리고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강경 진압했지만 시위 이후 히잡 단속을 활발히 하지는 않아왔다. 테헤란 중심가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자유로운 머리 모양으로 거니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란 정부가 다시 복장 단속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6일 식목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죄수 8만명을 사면했다고 발표했다. 반정부 시위 중에 구금된 이들 중 상당수가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에선 여학교를 대상으로 한 독가스 테러 범죄가 수개월째 발생해 분노가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소 1000명 이상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6일 전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부 장관은 지난 주말 최소 52곳 학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란 언론에 밝혔다. 인권단체 등에선 이 범죄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여학생들에 대한 보복성 공격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의 교육참여를 반대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종교집단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모인 시민단체 ‘1500타스비르’의 소셜미디어 계정엔 독가스 테러로 혼란스런 학교와 병원 모습이 담긴 영상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영상 속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고통을 호소하거나 구급차에 실려갔다.
6일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식목일 연설에서 독가스 테러에 대해 처음 언급하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가스 테러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입증되면 가해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은 학생들의 독살 문제를 진지하게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란의 독가스 테러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소녀들이 단지 교육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테러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수치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 독살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유엔의 독자적 조사를 요청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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