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수감중인 교도소에서 서서히 독극물에 중독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수감중인 러시아 야권의 주요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6)가 정체 불명의 독극물에 서서히 중독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그의 대변인이 13일(현지시각) 밝혔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는 이날 나발니가 중독 증상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7일 밤에는 수감중인 교도소로 구급차가 출동했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나발니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멜로호포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야르미시는 나발니가 복통에 계속 시달리고 있어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도 다른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발니는 교도소에서 주는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 점점 심해진다”며 “독극물 중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그가 겪은 것처럼 대량의 독극물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독에 꾸준히 노출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12일 나발니의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설 대표적으로 인물로 부각되던 지난 2020년 8월 20일 독극물에 중독돼 의식 불명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야권 후보 지지 활동을 한 뒤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었다. 비행기는 중간에 긴급 착륙했다. 그는 이후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나발니는 퇴원 직후 독극물 중독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1월17일 러시아로 귀국한 직후 체포됐으며, 지난 2014년 금품 불법 취득 혐의로 내려진 유죄 판결의 집행유예가 취소되면서 수감됐다. 이후 법정 모독 혐의까지 추가되면서 11년 6개월의 구속형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교도소 수감 중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등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을 그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구속 이후 그와 관련된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 본부 등의 단체를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해 해산시키는 등 나발니와 그의 지지자들의 활동을 극도로 통제하고 있다.
야르미시는 “푸틴은 넘지 말아야 선이 없으며, 나발니는 무고하지만 푸틴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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