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집단인 바그너(와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직접 교도소를 방문해 수감자들을 상대로 용병을 모집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총리 시절인 2011년 그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 프리고진.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가 용병 모집을 위해 직접 러시아 교도소를 방문했다고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주장했다.
횡령·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지난해 초부터 1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고 있는 나발니는 바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직접 자신이 수감 중인 멜레코보 교도소를 방문한 것을 여러 사람이 목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곳은 러시아에서 가장 경계가 삼엄한 교소도 중 하나로 꼽힌다.
나발니는 프리고진이 수감자들에게 용병으로 6개월 동안 활동하면 사면을 받을 수 있다며 용병 지원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80~90명 가량이 제안을 받고 5분 정도 생각해본 뒤 용병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프리고진이 언제 방문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발니는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며,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1995년부터 요식업 사업을 하다가 2001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면서 친분을 쌓은, 푸틴의 최측근이다. 그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분리 독립 세력이 내전을 일으키자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설립해 개입했다. 그는 이후 용병 활동을 중동의 분쟁지역 등으로 확장했고,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자신의 용병들을 전투에 투입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공개 활동이나 발언을 삼갔으나, 최근 들어 러시아군 비판에 나서는 등 공개 활동을 부쩍 늘려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그가 러시아 중부 요시카르올라에 있는 교도소를 방문해 용병 모집 활동을 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홍보 담당을 통해 발표한 논평에서 교도소 방문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수감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제안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누구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모국, 어머니, 가족을 지킬 권리를 박탈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바그너그룹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 상무부는 바그너그룹을 ‘군수품 최종 사용자’로 분류하고 미국산 장비와 기술의 수입·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앨런 에스테베즈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바그너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용병집단이며 우크라이나에서 잔악한 행위과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은 2017년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지난달에는 국무부에 의해 러시아 국방 부문에 속하는 집단으로 분류됐었다. 국무부는 이런 결정의 배정으로 바그너그룹이 이란제 드론을 구입해 러시아군에 공급하려 하는 점을 들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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