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양대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수도 하르툼 북부의 주민들이 유혈사태를 피해 피란을 가고자 트럭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양대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가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들에 이어 수단 현지인들도 수단을 탈출하고자 국경지대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수단을 탈출하는 선박에 탑승할 수 있는 우선권은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수단인들의 피란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26일(현지시각)일 미국의 중재로 합의한 3일간의 임시 휴전 둘째날을 맞아 휴전 개시 이전보다 총성과 포성이 비교적 잦아들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무력충돌 강도가 다소 약해진 틈을 타 외국인들은 물론 수단 현지인들도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수단인들은 이웃 나라 이집트와 맞닿은 지역의 아르킨 국경 검문소나 외국인들의 탈출 통로였던 동부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몰려가고 있다. 아르킨 검문소 부근으로 간 수단인들은 이집트 입국을 위해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한다. 수단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모아즈 알 세르는 “24일 아내, 세 자녀와 함께 국경지대에 도착했는데, 노인과 환자, 여성, 어린이들이 비참한 환경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에이피>에 말했다. 검문소 근처 교차로에는 탈출하려는 수단인을 태운 버스와 트럭이 줄지어 서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포트수단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단의 정치평론가인 달리아 압델모니엠은 “가족들과 함께 월요일에 이곳에 도착해서 배를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배에 탈 수 있는 우선권은 외국인들에게 주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겨우 항구에 도착했다. 함께 버스를 탄 수단인들은 가진 것이 없지만 서로를 위해 먹을 것과 물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수단 현지인들은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휴전 기간 각국 대사관 직원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사이의 충돌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속지원군이 수단국립공중보건연구소를 장악하면서 불거진 생화학전에 대한 공포, 군인들에 의해 자행 수 있는 성폭행과 고문, 군부세력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며 인명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미 수만명의 수단인이 남수단으로 대피했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단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교전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최소 512명이 숨졌고, 420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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