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착: 25일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수단 교민들이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집 밖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총소리도 많이 났고, 폭탄(이 터지는) 충격으로 문이 열렸다 닫히기도 했습니다.”
내전이 격화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해충 퇴치 사업을 했다는 교민 김현욱(32)씨는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 급박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수단에 현지 직원들이 남아 있다”며 “간간이 들리는 소식으로는 그들의 집에 포격 소리가 많이 나고, 큰 교전이 지속된다는데 굉장히 걱정된다. 교전이 진정되고 수단에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르툼에 있던 교민 28명 전원은 이날 오후 4시께 성남 서울공항에 입국했다. 이로써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약속’을 뜻하는 ‘프로미스’(Promise) 작전도 마무리됐다. 애초 사우디아라비아 잔류를 희망했던 교민 2명도 한국행을 택했다. 수단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1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현지에 남았다.
군벌 간 무력 분쟁을 피해 수단을 탈출한 교민 28명이 25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기 편으로 입국해 기체에서 내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성남공항 활주로에는 수단에서 귀국하는 교민을 마중하러 나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그들은 이따금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가족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오후 4시11분께 교민들이 차례로 수송기에서 내리자, 가족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간이 눈물을 닦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턱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수송기에서 내려 마중 나온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악수를 했다. 그는 “하르툼에서 공항까지 36시간이 걸려 굉장히 지쳐 있었는데, 수송기를 보는 순간 저뿐만 아니라 교민들도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수단에 체류 중이던 교민 28명은 지난 23일 수도 하르툼에서 출발해 약 1170㎞를 육상으로 이동한 뒤, 이튿날 오후 2시40분께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대기 중이던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편으로 홍해 맞은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으며, 이곳에서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편으로 갈아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구출 작전의 난도가 매우 높았고, 탈출 당시 현지 상황은 1991년 주소말리아 한국대사관이 철수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수단 정부군과 이에 대항하는 신속지원군(RSF) 간의 무력 충돌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교전 발생 일주일 만인 21일까지 사망자 413명을 포함해 최소 4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군 수송기 급파 등을 지시했다. 정부는 교민들의 안전한 대피·철수를 돕고자 KC-330, C-130J를 비롯해 육·공군 특수부대 병력을 21~22일 수단 인근 지부티와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했고,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에 배속돼 있는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하도록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