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타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을 운영하는 미국 해저탐사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가 지난해 12월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공개한 은색의 컨트롤러. <시비에스> 갈무리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타닉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이 이른바 ‘조이스틱’이라고 불리는 게임용 컨트롤러로 조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은 실종된 잠수정이 게임용 컨트롤러로 조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해당 잠수정을 운영하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는 지난해 12월 <시비에스> 기자와 함께 잠수정에 올라타 은색의 컨트롤러를 공개하며 “우리는 이 컨트롤러로 모든 것을 실행한다”고 말했다. 러시가 컨트롤러를 들어 보이며 “특정한 것들은 버튼을 눌러야 작동한다”고 말하자 함께 탑승했던 시비에스 기자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해당 컨트롤러는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지텍 F710 무선 게임 패드 제품과 유사해 보이지만 관련 제품을 개조했거나 주문 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이와 유사한 게임 컨트롤러가 온라인에서 49.99달러(6만44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 실종된 잠수정이 현재까지 해당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컨트롤러로 항공기와 선박 등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어 컨트롤러 사용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학교의 스티브 라이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는 <시비에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여러 항공기와 선박이 게임 컨트롤러처럼 보이는 장치로 부분적으로 제어된다”고 설명했다. 유인·무인 항공기에서 일했던 그는 “유사한 장치가 둘 다 사용된다”고 말했다. 라이트 교수는 실종된 잠수정에서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컨트롤러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다”면서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메인 시스템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탐험대가 운영하는 타이타닉호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잠수정에 대한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과거 잠수정을 탑승했던 승객들의 경험담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 해당 잠수정에 탑승했던 한 독일 모험가는 독일 매체 <빌트>와 인터뷰에서 “자살 임무와도 같았다”며 “그땐 정말 운이 좋았다”며 말했다. 그는 모험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전기 문제로 일정보다 5시간 늦게 (잠수정이) 발사됐다”며 “첫번째 잠수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심 1600m에서 항해를 포기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대서양 약 4000m 지점에 가라앉은 타이타닉을 관광하는데 선체 문제로 경로의 절반도 이동하지 못한 것이다.
잠수정을 운영하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탑승객들에게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잠수정을 탑승했던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는 “서명한 면책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차례나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해당 면책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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