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미국 남부의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2일 한 노숙인이 더위에 지쳐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7월 3일은 기후 관측 이후 가장 더운 날로 확인됐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는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3일에 섭씨 17.01도로 올라가, 19세기 말 이후 기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16년 8월에 기록된 섭씨 16.92도였다.
전 세계 하루 평균 기온의 최고치 기록은 지난 6월에도 나왔는데 한 달만에 기록이 깨졌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기간의 평균 기온보다도 섭씨 1.46도가 높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영국 북부 사이에 있으며 좀처럼 고온 현상이 나타나지 않던 북해에서도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각 지역에서는 이번 주에 섭씨 35도가 넘는 열파가 지속되고 있다. 기온 상승은 극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남극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베르나츠키 연구기지에서는 섭씨 8.7도를 기록해, 7월 최고 기록이 깨졌다.
최근 기온 상승은 엘니뇨 현상과 인류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원인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엘니뇨 남방진동’은 동태평양의 적도 인근 해수면 온도가 높은 단계와 차가운 단계를 왕복하는 과정으로, 엘니뇨는 흔히 온도가 높은 단계를 지칭한다. 과학자들은 여름이 깊어지고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면서, 최고 기온이 계속 경신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기후 과학자인 리언 사이먼스는 <비비시>(BBC) 방송에 “지구 표면의 평균 대기 온도가 처음으로 섭씨 17도를 넘은 것은 더워지는 우리 세계에서 중대한 상징적 이정표”라며 “이제 엘니뇨 현상에서 더운 국면이 시작되고 있어서, 우리는 향후 1년 반 동안 매일, 매달, 매년 기록을 깨는 기온 상승을 볼 것이다”고 우려했다.
카르스텐 하우스테인 라이프치히대 교수는 “12만년 전 간빙기 이후 이번 7월이 가장 덥고 뜨거운 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반구 기온이 향후 며칠 동안 약간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7월과 8월에는 엘니뇨가 완전히 위력을 발휘해서 더 더운 날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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