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동부 아삼주 나가온 지역에서 여성들이 논에 벼를 심고 있다. 나가온/신화 연합뉴스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중단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기습적 수출 금지 조처를 취해 세계적인 식량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상무부가 20일(현지시각) 자국 전체 쌀 수출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쌀(바스타미 품종이 아닌 흰쌀)의 수출을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상무부는 “인도 국내 시장에 쌀이 적절하게 공급되도록 보장하고 국내 시장의 쌀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 조처를 취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지난달 쌀의 소매 가격이 한달 전보다 3%, 한해 전보다는 11.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출이 금지된 쌀은 지난해 인도 전체 쌀 수출량(2200만t)의 45%인 1000만t 정도 수출된 품목이다. 지난해 740만t이 수출된 찐쌀은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는 2022~23년 전세계 전체 쌀 수출량의 40.5%를 국제 시장에 공급한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다. 쌀 수출국 2·3위인 타이(15.3%)와 베트남(13.5%)의 수출량을 합쳐도 인도의 수출량에 크게 못 미친다. 쌀은 전세계 30억명 이상이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전세계 생산량의 90% 가량이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인도는 최근 북부 지역의 폭우 여파로 펀자브주와 하리아나주 등 주요 쌀 산지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벼 파종 면적도 지난해보다 6% 정도 적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의 쌀 수출 중단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23년 인도 쌀의 주 수입국은 베냉(880만t), 중국(850만t), 세네갈(750만t), 코트디부아르(680만t), 토고(530만t) 등이다.
인도 쌀수출협회의 크리시나 라오 회장은 “인도가 전세계 쌀 시장에 끼칠 충격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출 차질을 빚은) 우크라이나가 밀 시장에 영향을 끼쳤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도 정부의 갑작스런 수출 금지로 다른 나라에서 대체 수입처를 찾지 못하는 구매자들이 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쌀 수출 가격은 엘니뇨 현상(적도 부근 수온 상승)에 따른 이상 기후 우려와 함께 계속 상승하고 있다. 베트남의 쌀 수출 가격은 최근 t당 515~525달러 수준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타이의 수출 가격은 이보다 좀더 높다. 인도의 수출 가격 또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두 나라의 수출 가격보다는 약 100달러 싼 421~428달러 수준이다. 이에 따라 쌀 수입처를 인도에서 타이나 베트남으로 옮기려는 국가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중국과 필리핀처럼 타이·베트남산 쌀 수입량이 많은 나라들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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