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17일 공격당한 크림대교 비상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저지른 공격이라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배포 사진. EPA 연합뉴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공격을 받은 다음날인 1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남부 주요 항구 도시인 오데사 등을 향해 “대량 보복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 공격에 사용한 배 등을 수리하는 오데사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콜라이우와 오데사 인근의 우크라이나군 연료 보급 시설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을 수출하는 관문 역할도 하는 도시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이날 오데사와 미콜라이우·헤르손·자포리자,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동부 도네츠크 등의 지역이 러시아 무인기와 미사일의 공습을 받았으며, 오데사 항구 시설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앞서 17일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 두 대가 크림대교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오후 “(크림대교 공격) 사건은 키이우 정권에 의한 또다른 테러 공격”이라며 “당연히 러시아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 참여 중단 결정도 17일 발표했는데, 협정 참여 중단이 크림대교 공격에 대한 보복 조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크림대교 차량 통행은 일방통행 형식으로 일부 재개됐다. 앞서,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부총리는 사고 직후 크림대교 현장을 둘러본 뒤 “9월15일까지 한쪽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며, 나머지 한쪽은 11월1일까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기 위해 2018년에 개통한 길이 19㎞의 다리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에는 러시아군 보급품을 운송하는 통로로도 이용됐다. 크림대교에서는 지난해 10월8일에도 도로 위에 있던 화물차량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다가 올해 2월 최종 복구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당시 부인했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자신들이 벌인 일임을 인정하는 반응을 곧바로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우크라이나보안국(SBU)의 한 관리는 크림대교 공격이 우크라이나보안국과 해군의 해상 드론을 이용한 합동작전이었다고 미국 <시엔엔>(CNN)에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의 대량 살상 무기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불법 구조물은 반드시 수명이 짧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