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인근을 지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곡물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운영이 가능하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발표 직후 밀 등 곡물 가격은 3%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 없이도 계속 운영될 수 있고, 또 계속 운영돼야 한다”라며 “곡물 수출에 관한 튀르키예와 유엔의 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위한 협정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이 맺은 협정과 러시아가 튀르키예, 유엔과 체결한 협정 등 두 가지 합의로 이뤄져 있는데 러시아가 약속을 깨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맺은 계약은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나 이와 유사한 협력을 3자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계속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는 공동으로 식량 회랑 운영과 선박 검사를 보장할 수 있다”라면서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르히 니키포로우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프리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두렵지 않다. 선박 소유주인 업체들이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도 (곡물 수출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라고 말한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 등 3자 간 협력으로 곡물 수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는 이날 흑해 곡물 협정을 중단을 선언하며 항행 안전 보장 방침을 철회, 서북쪽 해안을 다시 임시 위험 지역으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협정을 총괄하기 위해 지난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설립한 공동조정센터(JCC)도 해체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의 발표로 곡물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이 앞서 4% 이상 상승한 뒤 17일 오전 9시10분(그리니치평균시) 기준 부셸당 6.84달러로 3.4%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세계 식량난 완화를 위해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협정은 지난 5월까지 세 차례 연장된 바 있지만 이날 러시아의 발표로 중단됐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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